김동연 부총리후보자 "실효세율 높이는 방안 검토"…학계는 명목세율 인상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올해 법인세 세제개편의 윤곽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선거 전부터 줄곧 주장한대로 비과세·감면 비중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재원확보를 위해 명목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커 향후 법인세 세율인상과 관련해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5년 동안 총 178조원, 매년 35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에 새 정부의 공약이행에 따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은 증세 1순위로 법인세 인상을 꼽는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의 방법론에 있어 현재 정부와 학계·시민단체 등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법인세 인상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세제 인센티브를 줄여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금을 높이는 방안(실효세율 인상)과 직접 세율을 인상(명목세율 인상)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공약집에서 법인세와 관련해선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명목세율에 대한 공감은 드러냈지만 최종공약집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다. 이에 대해 당시 윤호중 정책본부장은 “득표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명목세율 인상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직접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로 방향을 잡은 이유로 국가 간 조세경쟁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명목세율을 건드리면 투자유치가 힘들고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법인세를 15%까지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도 세율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인하할 경우 미국으로 자본의 쏠림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국제간 조세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지출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명목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정부의 우려와 달리 한국의 명목세율이 경쟁국들 중에서 높지 않은 수준이고 회원국들이 법인세를 인하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율을 인상하려는 회원국도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명목법인세율 평균은 24.99%로 한국(24.2%)은 19번째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사실 비과세·감면은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줄곧 해왔던 정책이다. 현재 남은 비과세·감면 조항은 대부분은 서민과 관련된 것이다. 공약이행에 따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명목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간사는 “새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정비 작업에 착수하면 실제로는 건드릴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22일 경기 수원 영통구 아주대 종합관에서 열린 경기 중등교장협의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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