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경영실적에 감춰진 취약한 수익구조…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등 적극 나서야

작년에 국제신용평가사 S&P는 한국의 9개 은행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올렸다. 그리고 우리 금융산업의 전망(outlook)을 ‘안정적’(stable)으로 부여했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따른 자산건전성, 대규모 고객예수금에 의한 안정적 자금조달,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여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금년 1분기 영업실적(잠정치)을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은 4.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0%나 늘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6%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4%p 올랐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71%로 2.97%p 올랐다. 3월말 현재 연체율은 0.51%로 자산의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이익 증가는 고유 영업에서 발생한 이자이익의 증가 보다는 주로 환율하락, 주식처분 등에 의한 일회성 이익의 증가와 대손비용 감소에 기인했지만, 이자이익과 수수료수입 및 신탁관련이익을 합친 금액에서 판관비를 뺀 이른바 ‘구조적 이익’(5.4조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5% 늘어나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은 ROA와 ROE가 아직 미국, 중국 등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을 뿐아니라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고위험업종 대출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 가계부채는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언제 현재화될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고, 조선•해운•건설 등 고위험 업종에 대한 익스포져도 자산건전성을 늘 위협하고 있다.

물론 가계대출은 최근 들어 고정금리, 분할상환 등 안정적 대출 비중이 늘고 있는데다 LTV 비율도 낮아 당장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조선•해운•건설 등 고위험업종 익스포져도 은행들의 엄격한 리스크관리로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신용비용 지출도 줄어 다소 안심은 되고 있다.

그러나 위험업종의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제상황이 비우호적으로 흐를 경우 은행권의 신용위험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산업에 대해 경제성장 둔화, 소비심리 부진 등 영업환경 악화로 자산건전성이 약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S&P와 달리 ‘부정적’(negative) 전망을 유지했던 것은 그런 맥락이다.

무엇보다 국내 은행업의 위기는 경쟁격화에 있다.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저비용 구조로 전통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으나 해외에서의 영업력은 아직 약한 편이다. 일부 은행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점포망을 늘리고 있으나 현지화 미흡, 자금조달 여건상 핸디캡, 후진적 영업방식 등으로 아직 답답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은행의 영업력 제약은 불합리한 수익구조에 있다. 이자이익 비중이 압도적이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은 공공재이고 당연히 공짜라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에 은행들은 수수료 징수에 겁을 먹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은행권의 수익성은 아시아권에서도 낮은 수준이며, 이는 곧 취약한 손실흡수능력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자칫 금융시스템 불안정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은행들은 수동적인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실물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특히 해외사업을 통한 동반성장은 더욱 절실하다. 최근 국내은행들이 해외에서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은 최근의 상황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행보인지 모른다.

그리고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계몽시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징수는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수료 부담이 없거나 덜한 금융기관과 수수료 부담이 크더라도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 간의 치열한 경쟁과 시장분할이 자연스레 일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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