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감독규정,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이 판단잣대”

박상인 교수는 보험업법 감독규정과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 등에서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시사저널e

(② 박상인 서울대 교수 인터뷰에 이어)

삼성개혁의 핵심은 금융부문과 실물계열의 분리라고 말했다. 그래야 삼성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보나?

재벌들이 세습을 위해 일감 몰아주고, M&A하고 또 출자구조 바꾸고 있다. 정상적 기업 활동보다는 다른 형태를 활용해 사익편취를 하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면 개별기업, 계열사의 생존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 만약 금산분리가 이뤄지면 삼성 입장에서는 (서로 관련 없는) 다양한 기업을 갖기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짤 수 있다. 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모두 가져야 하나? 삼성전자가 언젠가 노키아처럼 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때 올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도 (계열분리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에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20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두고 삼성전자 몰락을 삼성생명으로 전이되는 걸 완화는 장치라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매각해야 한다.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거의 4~5%를 팔아야 한다. 그러면 지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니 감독규정에 있는 걸 법으로 올려서 법을 바꾸자고 했다.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하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 이를 바꾸는 게 우리나라 재벌개혁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삼성이 견디기 어려워진다.

이 와중에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자사주를 소각한 건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는 지주사 전환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은데?

지금 (삼성 내부의) 아이디어는 금산복합 구조, 그러니까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물산이 직접 지배하는 이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안하겠다는 얘기다. 지주회사로 가면 금산분리를 해야 하지 않나. 중간금융지주 회사 입법화 가능성이 없어지니 현행 지배구조로 가겠다는 얘기다. 복병은 2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한 보험업법이다. 또 하나는 공익재단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건 입법문제다.

과거 참여정부가 삼성 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삼성 개혁, 나아가 재벌 개혁에 적극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보나?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히면 개혁의지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만약 감독규정을 바꾸지 않고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도 어렵다고 나오면 문재인 정부 역시 ‘삼성에 포획된 정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재벌개혁의 적기가) 1~2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재벌개혁 청사진을 보여주고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만 다뤄도 된다. 법이 아니라 시행령 차원에서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23조 2항 일감몰아주기 시행령 고치면 일감 몰아주는 걸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누차 강조하지만 보험업법 감독규정이다. 이 두 가지만 바꾸더라도 재벌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라도 그걸 이끄는 사람이 중요하다. 현재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이 다양하다. 거칠게 단순화해서 왼쪽부터 오른쪽 순서로 꼽아보자면 최정표 건국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인물이 키(key)를 쥐고 가야 한다고 보나?

글쎄, 문제는 결국 인사다. 만약 관료 중심으로 경제팀이 만들어지거나 보수적인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면 재벌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그리되면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박정희 시대의 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첫 1~2년 간 정치개혁 등에서 보여줄 게 많을 거다. 하지만 (이 기간에 경제개혁을 못하면) 정권이 끝난 후 극단적인 경우 ‘극우반동’이 올 수도 있다. 중남미가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많다. 인사를 일단 봐야할 것 같다. 만약 정치개혁, 검찰개혁을 열심히 하고 경제는 보수적으로 운용하겠다면 실패한 대통령을 예약하는 꼴이 된다.

이 인터뷰 이튿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낸 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재벌개혁 전도사로 꼽힌다.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거론하며 ‘미국의 진보적 운동’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미국서 주류경제학을 공부한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재벌개혁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대학 다닐 때부터 재벌문제에 관심이 컸다. 공부를 하면서 한국경제를 계속 연구하다보니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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