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좋을수록 기사·승객 모두 우선 배차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택시 기사들끼리 같이 모여서 밥 먹어도 서로 오는 콜이 다 다르다. 누구는 뜨는데 누구는 안 뜨고…. 이상한 일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만 콜이 늦게 오는 것 같다. 늦게 뜨는 바람에 좋은 콜을 다 놓친다. 통신사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보려고 한다.”

카카오의 택시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이 꺼낸 이야기다. 물론 휴대전화 기기나 통신 서비스가 배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다른 곳으로 잡혀있어 배차 호출이 다르게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기사 평가에 따른 배차 차이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카카오택시 배차는 이동거리 기준으로 결정된다. 카카오택시 배차 시스템은 직선거리가 아닌 도로상황 등을 반영한 이동거리 기준으로 가장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기사에게 우선 배차한다. 그래도 호출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금 더 먼 거리에 있는 기사에게까지 범위를 확대한다.

운행을 종료하면 기사와 승객 모두 서로를 평가한다. 별점 1~5점까지 선택할 수 있고 간단한 의견을 입력할 수 있다. 간혹 택시를 호출한 뒤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승객은 기사가 신고도 할 수 있다. 다시 해당 승객을 받고 싶지 않거나 다시 특정 기사를 만나고 싶지 않을 때 특정인을 거부하는 기능도 있다. 이런 별점이나 거부 기록, 신고 기록은 상대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카카오 서버 내에는 평가가 고스란히 남는다. 평가가 우수한 기사는 같은 조건이라도 남들보다 수초 가량 먼저 배차를 받는다. 상이자 우대다. 반대로 낮은 평가와 신고가 누적되면 이용정지를 당한다. 카카오 측에서 해당 계정에 카카오택시 사용을 금한다. 실제로 몇몇 승객과 택시 기사가 계정 정지를 당했다. 이런 사실은 이용자들 사이에선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카카오택시 앱 관련 설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평가가 좋으면 배차에서 이득을 본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특성상 승객과 기사 모두 주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 평가가 항상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며 “카카오택시 정책이 불편하면 여러 택시 서비스가 있으니 다른 것을 쓰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정확한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카카오 측은 평가에 따른 배차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편안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통해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문제가 심각한 이용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일뿐 불이익에는 크게 중점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연유로 평가 시스템을 공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사 평가를 실수로 잘못해서 수정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친절한 기사에게 낮은 별점을 주고 불쾌함을 느낀 기사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이 이용자는 평가를 수정하고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직접 친절한 기사에게 실수로 잘못 평가했다고 사과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이처럼 평가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다보면 기사가 헷갈려 엇갈린 평가가 이뤄질 수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평가 수정에 대해 고객센터로 연락한다면 반영할 수는 있겠지만 별점을 직접 수정하는 기능이 꼭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