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전무 단 ‘초고속 승진’에 경영 능력 인정 ‘분분’
‘오너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영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행보를 두곤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칭찬이 쏟아지는 반면, 내부에서는 전무 승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3년 만에 전무 자리에 올라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기선 전무는 아산재단 이사장이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의 장남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으나 반년 만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2011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그는 2013년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해 1년 4개월 뒤인 2014년 상무 자리에 올랐고, 2015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정 전무의 최대 업적은 중동과 관련이 깊다. 그는 2015년 11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합작 조선소를 세우기로 하고, 조선·엔진·플랜트 등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정 전무가 추진한 첫 해외 사업이었다. 특히 사우디 합작 조선소 건립은 지난해 사우디 살만 국왕이 추진 중인 국가 산업 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지정되며 사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2015년 MOU 체결 이전, 정 전무는 알 팔리 당시 아람코 사장과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 등이 현대중공업을 찾았을 때 이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정 전무는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직접 사우디를 수차례 왕복하며 아람코와의 협력에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이를 통해 정 전무의 경영 능력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사우디 국영 선사인 바흐리사(社)와 스마트십(Smart Ship) 부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이렇듯 칭찬만 있는건 아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는 ‘3년 차인 34세 전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2015년 정 전무의 승진 당시 노조는 비판 의견을 내놨다. 노조는 “(정기선 전무가) 2014년 상무에 이어 2015년 1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것은 할아버지, 아버지 대를 이은 특혜를 받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초고속 승진뿐 아니라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있다. 정 전무의 경영 능력에 대해 노조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3년 만에 부장에서 전무를 달았는데, 영업과 선박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나”라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아직 공식 석상에 자주 드러나진 않아 (경영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경영 세습을 위해 언론 노출 빈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우상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4사 분할도 정 전무의 칭찬 릴레이에 제동을 건다. 현대중공업 4사 분할이 3세인 정 전무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조선·해양)과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회사로 분리됐다. 지주회사는 현대로보틱스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4개사 분할로 각 회사가 각각 전문화된 사업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분할이 완료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반대 입장이다. 노조는 4사 분할을 “분사의 진정한 목적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재벌 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재벌 3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른바 ‘의결권 부활의 마법’이다.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출자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40%대로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룹 전체 지배력이 강화된다. 노조 관계자는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정기선 전무가 갖게 될 것으로 본다. 분사 이전 정몽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0.15%이고, 정기선 전무 보유 주식은 617주에 불과하다. 승계를 할 경우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며 “정몽준 이사장에서 정기선 전무에 세습 시, 세금을 물더라도 (정기선 전무가) 분사 이후 훨씬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