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누적 수주 잔량은 중국·일본에 뒤져
한국이 지난달 ‘조선명가’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달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 한국이 4월 전 세계 선박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12척의 수주를 따내 중국을 꺾고 왕좌를 재탈환 한 것이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국가별 수주실적에서 한국이 선박 12척인 34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를 수주해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조선산업의 강력 경쟁상대로 여겨지는 중국은 같은 기간 13척에 해당하는 26만CGT를 수주하며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4월 수주를 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의 선박 수주 성적은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2형제가 이끌었다. 대우조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을 수주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VLCC 3척, 현대미포조선은 에틸렌·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STX조선과 대선조선은 각각 석유제품운반선 3척과 1척을 수주했다.
다만 올해 1~4월 누적 발주량에서는 중국에 밀렸다. 국가별 누적 수주 실적은 중국이 78척인 143만CGT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4척인 123만CGT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8척인 74만CGT를 수주한 이탈리아, 4위는 2척인 33만CGT를 수주한 핀란드, 5위는 일본으로 11척인 25만CGT를 수주했다. 올 4월까지 전 세계 누적 발주량은 179척인 471만CGT로 전년 같은 기간(179척, 451만CGT)와 큰 차이가 없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과 수주 잔량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5만CGT(28척)로 3월 발주량인 95만CGT(59척)에 비해 약 21% 줄었다. 수주 잔량 역시 줄고 있다. 클락슨이 집계한 4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7824만CGT로 한 달 전인 7970만CGT보다 줄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682만CGT로 1위, 일본이 1773만CGT로 2위, 한국이 1762만CGT로 3위를 기록했다.
주요 선박의 가격 하락세가 멈췄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4월 국내 수주 실적에 도움을 준 VLCC의 경우, 척당 8000만달러(900억원 가량) 선이다. 유조선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매달 척당 50만~200만달러씩 떨어졌으나 지난달엔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