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사용 데이터가 빅스비 지능 높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8 음성비서 빅스비(Bixby)가 열흘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말귀가 어두워 실수를 연발하던 빅스비가 5월부터는 맥락도 척척 알아듣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경험데이터가 빅스비 품질 향상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빅스비는 늑장 탑재됐다. 그동안 출시된 빅스비는 이미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주는 빅스비 비전 서비스만 사용 가능했다. 5월 1일 업데이트 이후에 빅스비 보이스 기능도 추가돼 비로소 완전한 빅스비 이용이 가능하다.


갤럭시S8 출시를 앞둔 4월 1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일 국내 제품 출시 때 빅스비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5월 1일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 말 갤럭시S8 시리즈 공개 후 혹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체험존에서 이용자들의 기본적인 명령 수행은커녕 음성 인식 자체도 버거워했다. 삼성전자 측은 음성 인식 기술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 출시를 미뤘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빅스비는 3000여 개 기능을 수행한다. 휴대전화 관련 커뮤니티에는 연일 빅스비 수행 능력에 대한 호평이 게재되고 있다. 빅스비는 타 음성비서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했다. 음성비서에게 시키려고 생각지도 않았던 어려운 문제까지 단번에 알아듣고 수행한다.

특정 갤러리에서 특정 위치 사진을 찾아 누군가에게 메시지로 보내라는 명령도 버벅거리지 않고 수행한다. 이를 두고 사용자들은 손으로 직접하던 작업을 녹화해서 재생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같은 명령을 애플 음성비서 시리에게 시키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교 영상도 올라왔다.

외신들도 빅스비 기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폰아레나는 빅스비가 비트박스와 랩을 선보이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모든 가전에 빅스비를 적용해 빅스비를 중심 제어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험데이터가 빅스비를 단시간에 똑똑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앞서 빅스비 출시가 연기됐을 때 열흘간 품질 향상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예견한 바 있다.

장 교수는 “삼성전자 직원 수 백명이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빅스비에게 말을 걸었다. 이때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많이 들어갔다”며 “또 개통 전에 사람들이 사용한 경험들도 모두 빅스비에게 학습 데이터로 작용했다. 실제 테스트를 통해서 예외를 처리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 부소장은 “구글과 달리 삼성전자는 검색 데이터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열흘 간 사용자의 실제 사용 데이터를 많이 누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 음성스피커 누구의 가격을 보면 음성인식 기계학습 기술인 머신러닝을 이해할 수 있다”며 “누구 가격이 점차 비싸지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일수록 운영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소장은 인공지능 시장은 하루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경험 데이터 축적과 학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야만 인공지능 수준이 올라간다. 이상한 데이터라도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처리하는 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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