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광동제약 이어 LG화학‧SK케미칼도 연구개발 활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해외 시장 수출을 공략하는 가운데, 백신 수출이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기구와 계약을 맺어 수주량을 늘리거나,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수출하는 전략이다. 파상풍, 대상포진 등 백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녹십자는 1분기 백신 수출로 매출이 성장했다. 범미보건기구(PAHO)와 수두백신과 독감 백신을 입찰한 성과가 반영됐다. 범미보건기구는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기관이다. 녹십자는 올해 1월, 6000만 달러(약 677억9400만원) 규모 수두백신을 수주했다. 공급 기간은 2018년 12월 31일까지다. 뒤이어 3월, 녹십자는 독감백신 수출에도 성공했다. 수주 규모만 3700만달러(약 418억630만원)이다.

특히 독감백신은 녹십자 효자품목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독감백신 매출은 58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판매 합계는 약 1100억원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감백신 매출이 오른 것은 국가필수접종사업 덕분이다.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을 예방하는 3가백신은 이 사업에 포함된 백신이다. 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4가 독감백신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승인심사를 통과했다. 첫 번째로 통과한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다. 녹십자는 하반기 북반구 지역 조달시장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도 녹십자는 파상풍, 디프테리아(TD) 백신을 출시할 예정이다. 디프테리아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백신이 없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헛개수 등 음료 판매뿐만 아니라 의약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광동제약은 다국적제약사 GSK의 소아 백신을 팔기 시작했다. 폐렴구균백신 등을 포함해 9종이다. 올해 백신 매출 목표는 400억원 정도다. 광동제약은 앞으로도 5가 혼합백신, 소아마비 항원을 추가한 6가 백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대기업 제약 계열사들도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B형 간염백신 수출이 쏠쏠하다. B형간염백신은 국제연합(UN) 구호물량 50%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누적 수출액 2억 달러(약 2259억4000만원)를 넘겼다. 2019년까지 유니세프(UNICEF)와 자체개발 5가혼합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8100만달러(약 908억원)다. 올해3월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폐렴구균백신에 후보물질을 추가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지난 1일, 국제 비영리단체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와 차세대 소아장염백신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PATH가 개발한 소아장염 백신기술을 바탕으로 SK케미칼과 PATH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상업생산, 글로벌 허가 등을 진행해 저개발국가에 공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PATH는 현재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소아장염백신 기술을 SK케미칼에 이전하게 된다.

SK케미칼 박만훈 사장은 "PATH와의 협약체결은 향후 다양한 백신 파이프라인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SK케미칼은 현재 또 다른 글로벌 민간자선단체와 저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장티푸스 백신 등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또, SK케미칼은 대상포진 백신과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등 백신부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SK케미칼은 독감백신 수출을 위한 세계보건기구 생산시설 실사를 끝내고 추가적으로 인증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해외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고 분석한다.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를 통과한 국내 백신은 20개를 돌파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녹십자 독감백신 등은 이미 해외 시장 점유율 선두다. 국내 제약사들은 백신 사업으로 매출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백신 생산 플랫폼을 늘려 수주 분량을 잘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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