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점유율 늘자 메모리수요 폭증, 추격 아직 역부족…삼성 “첨단 미세공정 기술”자신감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키우려던 중국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중국 IT기업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 증대하는 스마트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질 좋은 한국산을 찾을 수 밖에 없다. / 디자인=김태길

그야말로 딜레마다. 따라가려니 아직은 역부족이고, 안 쓰려니 수요가 차고 넘친다. 어쩔 수 없이 ‘아직 부족한 국산’보다 ‘더 나은 수입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반도체 몸집을 키우려던 중국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초호황 국면을 탔다. 특히 메모리에 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중국발 수요가 한몫했다.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계속 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도 2년 전부터 메모리시장 진입시도를 본격화했지만 단기간에 기술격차 줄이는 게 녹록치 않다. 결과적으로 추격자가 되레 앞선 기업들의 실적을 올려주는 꼴이 됐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틀의 편차를 두고 실적을 모두 공개했다. 두 기업 모두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을 누렸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반도체사업으로만 6조 3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보다 240% 뛴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조 4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해보다 339%가 급증했다.

동력은 단연 D램과 낸드플레시 두 축으로 이뤄진 메모리반도체 수요폭증이다. 이 덕에 8개월 간 D램 가격은 80% 급등했다. 낸드플레시 가격도 30% 가까이 올랐다. 세계 D램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순으로 구도가 짜여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레시 시장서도 세계 1위다.

‘호황한국’ 만큼이나 관심거리는 ‘딜레마 중국’이다. 그간 팹리스,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부문서 강세를 보여 왔던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메모리 분야에 눈독들이기 시작했다. IT산업 총아로 떠오른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게 메모리반도체여서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도 중국 내 수요를 자극한 동력이다.

딜레마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스마트폰 완제품 판매가 증가할수록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상위 3개사가 중국 시장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친 점도 국내 업계로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내수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시장서 삼성전자, 애플과 경쟁하려면 기술이 앞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메모리가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 이상 성장했다고 26일 밝혔다. 상위 3개 회사 점유율이 1년 만에 42%서 50%로 확대된 점도 관심거리다. 1위를 탈환한 화웨이의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2100만대에 달한다. 2위 오포의 출하량은 2000만대다. 두 회사의 출하량만 해도 국내 성인인구와 맞먹는 셈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채용하는 D램 용량이 2016년 2.3GB, 1.9GB에서 2020년 4.8GB, 3.0GB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용량, 고성능화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세한 기술력 차이가 성패를 가르게 된다. 기술이 앞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계속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낸드플레시도 지난해 12.7% 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빅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서버 업체들의 주문도 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를 방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반도체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기획재정부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저가보다 중고가 위주로 수요가 늘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소 조정국면이 있겠지만 서버와 모바일 D램 모두 올해까지 수요는 지속되리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상위 스마트폰 기업에 대한 전략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앞서 SK하이닉스 측은 25일 컨퍼런스콜에서도 “중국 일부 스마트폰 업체가 지난해 하반기에 D램 물량 확보에 어려움 겪었던 학습효과로 올해 초반 의도적으로 상당량의 재고 축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5~6월부터는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고 있어 현재 재고수준은 급격히 감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었다. 앞으로도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리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역습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설비에 투자할 자금은 차고 넘친다.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팹리스기업 칭화유니그룹이 난징에 3D낸드와 D램 플래시칩 공장을 올해 착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칭화유니는 지난 2015년 D램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중국최대 LCD 업체인 BOE(京東方·징둥팡)도 메모리반도체 진출의 야심을 드러냈다. 칭화유니와 BOE 모두 중국이 낳은 대표적인 글로벌 IT기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투자만으로 격차 좁히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IT업체들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진출은 중장기적 성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도체산업은 시장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시장진출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메모리 분야 최강자인 삼성전자의 자신감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삼성전자 측은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중국 업체들은 메모리 산업에 과감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산업은 첨단 미세공정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종합적 반도체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 솔루션 시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시장은 D램과 낸드, 컨트롤러 및 솔루션 기술 등이 중요해지고 있고 우리는 기술을 통해 우수한 품질을 지속제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인 시안공장 2기 라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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