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남은 선박펀드, 새 정부가 군산조선소에 밀어줄지에 관심

6월 말 가동 중단을 앞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유일한 희망은 새 정부 출범이다유력 대선후보들이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앞다퉈 군산조선소 존치를 역설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가 선박펀드를 통해 군산조선소에 건조 물량을 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대선 이후의 새 국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5월 12일 도크(Dock·선박 건조대) 진수하고 6월 말까지 정리 작업에 돌입한다이후 잠정 가동 중단의 수순을 밟는다선박펀드를 이용해 현대상선이 발주한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5척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군산조선소 내부는 도크 가동 중단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군산조선소에 남은 유일한 희망은 바로 새 정부 출범이다주요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군산조선소 가동 중지를 반대하고 나선 만큼,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군산조선소를 살리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선박펀드 지원을 통한 일감 확보를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신규 물량을 우선 배치해 군산조선소를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했다이는 해운사가 배를 새로 만들 때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이 중 1조원이 이달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의 VLCC 건조 계약으로 소진되며현재 1조6000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남은 금액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새 정부가 이 돈으로 군산조선소에 일감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는 이유다군산조선소 관계자는 새 정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들이 워낙 (군산조선소 존치에호의적이다그래서 (1.6조원이 군산조선소에 쓰이기를)기대하고 있다그거 외에는 현재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걱정도 따른다선박펀드를 통한 발주 물량이 군산조선소에 콕 집어 배정될지는 미지수다정부에서도 군산조선소를 지목해 밀어주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군산조선소 관계자는 “1.6조원 전체를 현대중공업에 줄 경우에거기에서 또 군산조선소로 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긴 하다면서 정부에서도 군산조선소를 지정해서 밀어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군산조선소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현재 군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직영 직원은 400여명. 가동 중단 이후 이들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배정된다. 일자리가 바뀔뿐 잃지 않는 직영 직원에 반해, 하청업체 직원들은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4월 군산조선소 인력은 5250명이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는 2000여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가동이 된다면 복직은 가능하나 지금과 같은 규모로의 부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이미 흩어진 업체들이 다시 모이려면 8개월 이상 걸린다빠져나간 기술자들을 불러 모으기도 어렵다”며 조금이라도 운영을 해놓고 있어야 업황 회복 시에 제대로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전북 군산시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범도민 총 결의대회'에 참가해 문동신 군산시장, 송하진 전라북도지사와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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