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2 결함 은폐 관련 현대차 검찰 고발…“국토부도 차량 결함 축소"


“자동차를 산 소비자가 제조사에 당당할 수 있길 바란다.”

서영진 YMCA 자동차안전센터 총괄이 꺼낸 포부는 당연해서 거창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엔 당위가 통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갑자기 가속돼 사람이 다쳐도, 주행 중 엔진이 꺼져도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 있다. 제조사는 돈을 받고 입을 닫는다. 서 총괄은 “당연함이 제발 당연해져서 저희 같은 시민단체가 없어도 되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총괄이 주축이 된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지난 24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 회장이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하는 등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도 추가했다. 서 총괄은 “현대차가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도 8년 가까이 숨겼다”면서 “관련자 10여명도 함께 고발했다”고 말했다.

세타2 엔진 결함으로 정 회장 등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한 곳은 YMCA 자동차안전센터가 처음이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2012년 현대차가 그랜저HG 배기가스 실내유입 결함을 1년간 은폐했다며 현대차를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결과는 ”좋은 일 하십니다“에 그쳤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서 총괄을 서울시 종로구 YMCA 자동차안전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서영진 총괄과 일문일답.

현대차가 세타2 가솔린 직분사 엔진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 절차가 적합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대한 지적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2010년 세타2 엔진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함을 숨긴 채 지속해서 판매해 온 데 대한 문제 제기다.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현대차는 소비자를 속인 채 이익을 취했다. 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

검찰 고발을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고 들었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결함 제보를 받고 있는데 주행 소음이나 진동을 호소하는 소비자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소유주가 대부분이었고 관련해 시정요구를 지속해왔다. 물론 시정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대차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가 나올 즈음 급히 리콜을 결정했다. 

 

25일 서울시 종로구 YMCA 자동차안전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서영진 총괄은 국내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가 죄인이 되는 곳이라고 일갈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시정요구가 수용된 적 있나.

사실 단 한 번도 없다. 소비자 제보를 바탕으로 자문위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이뤄지는 시정요구임에도 완성차 업체는 너무 쉽게 무시해버린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는 소비자답지 못하다. 검찰 고발은 우리가 지속해 온 시정요구에 대한 강한 요구 조치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진행한 검찰 고발도 증거 불충분으로 마무리됐다.

변화가 쉬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은 검찰에서 현대차 고발에 대한 접수번호가 나왔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세타2 엔진 검찰 고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지만, 추후 민사 소송 또 국토교통부 고발까지 이어갈 생각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자동차관리법이 정하는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 없이 현대차가 생산한 차량 결함을 축소하고 있다.

법이 친기업적이어서 대기업 소송에서 소비자가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 자체가 가진 문제는 없을 수 있다. 이번 검찰 고발에도 법을 활용했다. 문제는 판례를 보면 이런 (대기업 관련) 소송이 기각되는 게 매우 많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시간을 끌고 끄는 동안 소비자는 소송 사실을 잊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한 내부자 고발이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도 과거와 같이 대응하진 못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자발적 리콜로 충분하다는 태도다.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 지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4년 넘게 시민단체 일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소비자는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했음에도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선다는 점이다. 반면 현대차는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하는 결함 공개 및 시정조치 의무 그리고 소비자기본법이 규정하는 결함정보 보고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언제나 당당하다.

변화는 어떻게 일궈내야 하나.

일단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뭉치는 방법밖에 없다. 당연한 권리의 요구가 당연해질 때까지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동차안전센터가 없어지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시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소비자 개인이 자동차 결함 앞에서 시민단체에 기대 힘을 모으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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