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남북경협 관련 토론회 "북한 시장화 흐름에 적극 개입해야"

지난해 2월 10일 정부가 북한 도발에 대응조치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공단 폐쇄 1주년을 앞둔 8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 게이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핵 갈등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 경색 탓에 중단된 남북경제협력(남북경협) 사업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냉혹한 남북관계 현실 속에서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상호간 성장을 꾀하는 남북경협 재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경협의 경제적 가치와 미래’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남북경협은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중요 축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기여를 한다”면서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남북경협은 현재는 완전 중단되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남북경협은 1988년 8월 ‘남북교류협력 특별선언’으로 움튼 후, 1차 핵위기(1993년 3월) 이후인 1994년 11월 1차 경협활성화조치(위탁가공교역활성화)으로 본격화됐다. 이어 금강산 관광 개시(1998년 11월)와 개성공단 착공(2003년 6월), 개성 관광 개시 등으로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어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의 피격 사건 이후 정체기를 맞은 남북경협은 연평도 포격 사태와 북의 3차 핵실험 등을 거치면서 교역 규모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사업이 전면 중단 사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경색 국면이 이어지면서 남북경혐이 존재감을 잃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조봉현 부연구소장은  남북경혐이 남북관계 등 북핵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직면한 저성장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은 3%대로 급락한 상황이고 세계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중산층 비중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남북관계 불안정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존하게 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조 부연구소장은 ‘경협 주도의 성장’을 통해 ▲내수 중심의 경제 완성 ▲산업경쟁력 제고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남북경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하락시키고 내수경기 활성화로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도 남·북의 생산요소가 상호보완적 결합을 해 경쟁력을 키우고 대북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등 다방면에서 경기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정은 체제 이후 북에서 불고 있는 이른바 ‘시장화 바람’을 남북경협과 적절히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지 출처=조봉현

김광길 변호사(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는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5년부터 북한 당국은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착수해왔다”면서 “북한은 지금 아래로부터 자생적 시장화와 위로부터 시장경제 개혁이 맞물리면서 경제구조의 대변혁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북한 경제 변화 기류 를 우리 정부가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개입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 위기론 내지 북한 붕괴론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대북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구사했다”면서 “그 결과 북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이용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북한 시장화 개입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우선적으로는 ‘북한 특구지역을 매개로 북한의 시장화 개입’을 통해 북한의 시장화 변화를 촉진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는 “개성공단 등 북한 특구에 북한 기업소를 유치하고 시장경제적 생산활동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내 북한의 기관 내지 기업소와 합작회사, 합영회사 설립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북한 경제 특구의 국제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개성공단 등 북한 경제 특구 지역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외국기업을 유치해 특구 개발과 기업 운영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구성 중인 남북상사중재위원회가 남북대립에 따라 교착상태인데, 이를 남·북과 북·중간 분쟁 시 3자가 중재할 수 있도록 남·북·중 3자간 공동상사중재위원회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시장경제 발전은 시장화에 따른 법제 정비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북한 내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제 발전은 산업화와 민주화 흐름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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