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부두 매각하느라 불리한 계약 수용…중국 등 외국 항만보다 비싼 하역료 감수에 냉가슴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싱가포르 항만공사(PSA)와 부산신항 터미널 이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PSA로부터 부산 신항의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쟁선사들보다 비싼 하역료를 요구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해당 터미널 외에 국내 다른 터미널을 이용할 수 없어, 전용 터미널이 있는 외국 항만에서 물량을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부산에서 수송하는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을 부산 신항 4부두(HPNT)에서만 하역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과거 이 터미널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였으나, 지난해 국적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PSA에 40%+1주를 800억원에 넘겼다.
매각 당시 현대상선은 PSA와 계약을 맺고 2016년에서 2023년까지 연간 70만TEU(6m 컨테이너 1개 단위) 물량과, 이를 초과하는 물량 전부를 4부두에서만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은 매년 일정 비율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계약 체결 당시 국내 해운산업 전반은 구조조정 중이었다. 당시 현대상선은 자구안을 진행하며 생존을 위해 부득이하게 터미널을 매각했다. PSA는 이같은 현대상선의 ‘긴박한 상황’을 이용해 불리한 계약 조건들을 내걸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으로서는 당시 매각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긴박함이 있었다. 외국 운영사가 이를 빌미로 불리한 조항들을 계약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부두 주인이 PSA로 바뀌면서 화물 하역료가 다른 신항보다 높아졌다는 게 현대상선이 마주한 난관이다. 현대상선은 높은 하역료 탓에 물량을 늘리더라도 새는 비용을 막을 수 없다. PSA는 부산항에 들어와 있는 다른 운영사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2만~3만원 높은 하역료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해 현대상선이 150만TEU를 처리할 경우, 연간 300억원을 더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열심히 물량을 늘리더라도 나가는 비용이 많아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부산항에 들어와있는 터미널 운영사들이 모두 외국계다 보니까, 이들이 이윤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PSA 측이 하역료 인하 제안을 끝내 거부하면 약속한 최소 물량 70만TEU를 초과하는 물량은 전용 터미널이 있는 대만이나 중국 닝보, 상하이 등 외국 항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하이, 청도, 닝보 항만 하역료는 50% 이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산항 입장에서도 악재다. 부산항으로 갈 물량이 하역료가 저렴한 외국 항만으로 빠지게 되면 부산항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갖고 있던 한진해운 파산과 함께 대형 해운 얼라이언스(Alliance)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부산항 입장에서는 현대상선 물량에 상당 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70만TEU 이외 물량을 외국 항만으로 돌리면 이는 곧 부산항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