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비준 협약 29건에 그쳐...김종훈 의원 "EU와 약속한 기본 협약 비준도 미뤄"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정부의 불법지침과 사업장 강제도입에 대한 ILO 제소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노총 관계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우리나라가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해 마련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한 개수는 총 29건으로, ILO 회원국 평균(47개)의 6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보다 저조한 수준으로, 결사의 자유 등 보편적인 노동권 적용에 인색한 한국 정부의 인식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종훈 무소속 의원(울산동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제사회가 제시한 ILO 협약 중 우리나라가 비준한 개수는 기본 협약 4개, 거버넌스 협약 3개, 전문 협약 22개 등 총 29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이 공개한 국가별 ILO협약 비준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와 인접한 일본은 기본 협약 6개, 거버넌스 협약 3개, 전문 협약 40개 등 총 49개의 ILO 협약을 비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 출처=김종훈 의원
ILO는 회원국이 보편적인 노동기준을 개별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도록 하고 인류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국제협약을 두고 있다. ILO 협약은 입법과 사법, 행정, 노동관행에 대해 ILO가 직접 감시·감독하는 기본 협약(핵심 협약)과 노동정책과 협약 이행의 실효성을 위한 전제조건인 거버넌스 협약, 회원국의 법령 개전을 통해 노동조건 향상을 유도하는 전문 협약 등 총 3가지 협약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ILO 협약 비준 상황은 상대적으로 인권이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남아 일부 국가보다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은 기본 협약 8개를 모두 비준했고, 거버넌스 협약 2개, 전문 협약 27개 등 37개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방글라데시도 각각 2개, 2개, 26개 등 모두 36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

 

2010년 기준 ILO 협약은 총 188개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ILO 회원국(2016년 10월 기준 187개국)의 평균 협약 비준 개수는 47개라고 김 의원은 밝혔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OECD 국가들의 평균 협약 체결 개수도 61개로 우리나라의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한편 김 의원은 저조한 ILO 협약 비준 실적이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EU FTA 13장(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 등은 한국과 EU 회원국이 ILO 핵심 협약의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김종훈 의원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협약 가입은 4개로 핵심 협약 8개 중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미 ILO 핵심 협약 8개를 모두 비준한 EU 측은 한-EU FTA 협정에 따라 설치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해 나머지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고 김 의원 측은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협약 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ILO 기본 협약 중 결사의 자유(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 강제노동금지 항목(강제노동 협약·강제노동철폐협약) 등 4개 협약의 비준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김종훈 의원은 “우리나라는 ILO 회원국이지만 노동자의 가장 기본권에 속하는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노동권이 보장되는 민주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ILO 협약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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