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권 RG 발급 기준 높여 저가수주 막는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사진=뉴스1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고사(枯死직전이다국내 조선산업은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안을 끝내고 나니 성동조선해양이란 과제를 만났다성동조선은 수주가 끊겨 당장 10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SPP조선은 이미 지난 2월 이후 신규 수주가 없어 폐업 상태다중소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라도 해서 일감을 확보하겠단 전략이지만 정부는 이에 칼날을 들이댄 상태다  


23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일반 상선에 대해서도 수주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 저가 수주 등으로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면, KDB산업은행(산은), 수출입은행(수은), 무역보험공사 등은 해당 상선에 대해 선수금 환급보증서(RG)를 발급해주지 않을 방침이다조선사 수주에는 RG를 받지 못하면 수주 계약을 할 수 없는 조선사 입장에선높아진 RG 발급 기준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저가 수주’ 탓이다저가수주는 대우조선 부실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정부는 국내 조선사가 상선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할 때 무리한 저가 경쟁을 벌여 손실을 얻게 됐다고 보고이를 저가 수주를 도려내겠단 의지를 비춘 것이다
  
중소 조선사들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하지만 불황기에 저가 수주라도 하지 않으면 중소 조선사들은 수주 계약을 따낼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탓이다정부가 수주 수익성 검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저가로 수주한 건에 대한 RG는 원천 차단된다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1%대 수익성을 보장하는 수주에 한 해 RG를 발급한다”며 이 1~2%가 조선사 생존에 있어서 큰 비용이다이 불황기에 수주받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수주난으로 인한 도산 위기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성동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7700여억원, 영업이익 391억원,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을 기록하며 채권단 자율협약이 시작된 2010년 이후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하지만 2015년 이후 수주가 끊겨 이대로 있다간 흑자 도산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성동조선은 인력 감축, 급여 동결 등으로 간접비를 줄여나갈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수주가 없으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성동조선소 3개 도크(Dock·선박 건조대) 중 2개가 이미 가동 중단됐다남아있는 일감도 10월 말 인도를 마치면 일감이 아예 마른다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도 지난해부터 수주가 끊겼다. STX조선은 현재 인도 잔량 20척을 갖고 있다올 하반기에 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신규 수주를 하지 않으면 조선소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창원시는 STX조선 신규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창원지원을 방문한 바 있다시는 건의문에서 “STX조선해양이 선박 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필수요건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금융권에서 우선 보증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PP조선은 2월 마지막 선박을 발주처에 인도해 사실상 폐업했다. SPP조선은 2015년 수주를 받아 채권단에 RG를 요청했지만수은이 최종적으로 동의하지 않아 수주에 실패했다선주사는 국내 중소 조선사에 발주를 했지만, RG 발급이 무산되며 수주가 허사가 됐다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저가수주라는 것은 하면 안 된다하지만 (조선업경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조선업은 호황과 불황이 순환 반복된다불황 시에 한해서최소한의 운영비 마련 측면에서 저가수주가 이뤄질 수도 있다손익분기점에 좀 모자라더라도가용 시설을 놀리거나 인력을 정리하는 것보다 나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중소형 조선사 여러 곳이 고사상태인데불황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그런 측면에서 고용 효과나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큰 조선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국내 관공선 발주 등 중소형 조선사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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