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대우조선 구조조정후 내년 새 주인 찾겠다"…매각시 조선·방산부문 분리 가능성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 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안이 진통 끝에 가결됐다. 이로써 사채권자들은 보유 채권의 50%를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반은 3년 뒤 받게 된다. 대우조선은 유동성 문제에 있어 적어도 3년 동안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이제 대우조선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를 통한 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18일 사채권자 집회서 채무 조정안이 가결된 이후 정부는 인수합병으로 대우조선에 새 주인을 찾아주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임 위원장은 사채권자 집회가 끝난 후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된다면 빅3를 빅2로 만드는 전략을 포함한 조선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M&A를 통해 내년 중 대우조선 주인을 찾겠다. 대우조선이 몸집을 줄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인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의 몸집을 줄이고 2018년 이후 이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거친 대우조선이 결국 중소 조선사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정부는 상선과 특수선 분야만 남기고 해양플랜트를 철수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인력도 현재 1만여명에서 내년까지 90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대우조선은 중소 조선사 규모로 축소되고,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양대 축으로 재편된다.

 

당초 대우조선 3자 매각논의가 이뤄질 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인수 주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삼정KPMG 실사 보고에 따르면, 대우조선 현 자산 규모는 15조원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15조원 규모의 대우조선을 인수할 재무 여력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리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이 두 회사(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합쳐질 가능성을 원론적으로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시기나 규모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수된다면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보다 유리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리적 인접성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경남 거제에 있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를 갖고 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거리는 비효율을 유발한다. 사업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 삼성중공업이 유리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연구원은 하지만 판단은 이르다. 아직까진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엔 (대우조선이) 부담스러운 크기다. 먼저 대우조선이 다운사이징과 흑자전환 등 내실화 이후 매력적인 매물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조선사 뿐 아니라 방산부문 인수 주체도 주목받았다. 방산기업인 한화와 LIG넥스원 등이 대우조선 방산부문의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군함에 유도무기가 실리기 때문에 유도무기를 생산하는 한화와 LIG넥스원 등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은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특수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대우조선이 정부 바람대로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된다면, 이들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2008년에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매각될 뻔했지만 노조 반대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가정이다. 당장 올해부터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진행되느냐, 그 결과로 대우조선의 크기가 얼마큼 줄어드느냐에 매각 결과가 달렸다. 업황 회복 속도도 중요 변수다. 악화된 업황이 반전되지 않으면 대우조선을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들겠단 정부의 야심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조선업황 회복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수주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조선업은 해운업의 파생인데, 선사들이 공급 과잉으로 당분간 신조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조선업 수주 가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팀 스미스 머스크 북아시아 대표는 선복 과잉으로 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필요가 없다.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발표한 조선 발주 전망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선박 발주 전망치를 이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9월엔 2018년 선박 발주량을 2950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망했지만 최근 보고서에서는 이를 2560CGT으로 낮춰 잡았다. 이 탓에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동시에 단단해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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