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단기간 해소 어려워… M&A 마무리되는 3년 뒤나 선사들 운임 결정력 커질 것

1일부터 시작된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Alliance·동맹) 재편으로 해운사 간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가 기존 4개에서 3개로 재편됨에 따라 2M(머스크·MSC)얼라이언스 등 대형 선사들의 바닷길 장악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해운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큰 몸집을 더 크게 불리고 있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
여기에 해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7대 선사로 개편되면, 선사들의 힘이 강해진다. 지금은 화주가 운임 결정에 있어 우위에 있다. 플레이어는 많은데 수요는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다. 선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대형화된 이후에는 화주와 선사 간 대등한 구조가 된다. 화주 교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선사들의 운임 결정력이 높아지는 덕에 운임 개선이 예상된다. 선사 간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는 3~4년 후에는 지금보다 운임에 대한 선사 입김이 세질 것이다. 이 덕에 수요가 저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운임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운임 상승, 물동량 회복 등 해운 산업이 최근 회복 기조에 들어섰다지만 여전히 2000년대 중반 전성기 때만 못하다. 전 세계 해운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BDI(발틱운임지수) 기준 1만 포인트 이상을 찍었던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초엔 200포인트대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여 올해 13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향후 운임 대폭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해운 산업은 이 복판에 서있다. 국내에선 한진해운이 침몰한 자리에 현대상선과 SM상선이 국적 원양선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정부도 해운 산업 살리기에 손 놓고 있진 않다.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는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민간금융회사와 KDB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이 출자해 조성된 일종의 펀드다. 지난 1월에는 민관 합동으로 자본금 1조원 규모의 한국선박해양을 만들어 국내 선사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형진 센터장에게 국내외 해운 산업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11일에 KM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선박 해체 수요로 공급 부담이 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공급 감소도 중요한 만큼, 수요(물동량) 증가도 중요하다. 해상 물동량이 좀 늘어날까.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상 물동량은 무역의 파생 수요다. 한때는 중국발 수요가 많아서 물동량이 10%씩 증가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높아봐야 4%대 상승률이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가 아직도 불황기다. 수요의 저성장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해운 산업에서 수요는 상수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가 운임에 영향을 준다. 물론 시장마다 다르겠지만, 컨테이너 시장에서는 아시아~북미항로, 아시아~유럽항로를 오가는 선박 크기가 커지고 있다. 선사들이 기존에 발주했던 초대형 선박들이 2019년부터 차례로 인도된다. 인도 지연 우려도 있지만, 어찌 됐든 초대형 선박들이 모두 시장에 들어온다고 하면, 누적 공급량이 계속 쌓이게 된다. 이렇듯 공급 과잉이 단기간 해소되긴 어렵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해운업계가 마주한 문제는.
 
현대상선하고 한진해운이 북미항로에 자리 잡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만큼 화주의 신뢰를 얻어서 그것을 자기 수요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컨테이너는 선사와 화주 사이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그게 바로 영업인데, 기존 한진해운에 있었던 영업 인력들이 외국 선사들로 대거 빠져나갔다.
 
시장 상황이 운임이 올라가는 건 맞다. 작년보단 높을 것이다. 역사상 운임 최저치가 작년이었다. 건화물 운임 지수와 컨테이너 운임 지수 모두 당연히 오른다. 오르긴 하나, 선사들이 충분한 이익을 볼 정도로 크게 올라가진 않는다. 그렇다면 올해도 선사들은 영업상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영업이익 적자는 결국 유동성, 부채 문제로 이어진다. 유동성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큰 과제다. 유동성 확보도 결국 빚을 끌어다 확보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진다. 이것도 문제다.
 
예전과 같은 접근법이면,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한진해운처럼 날아갈 수도 있다.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방향은.
 
당분간 해운업에서 발생하는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회사를 일단 살리는 것이 문제다. 아마도 몇 년 후에는, 업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운임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라도 혜택을 누리려면,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부채에 있어서도, 해운업은 달리 봐줘야 한다. 여기는 자본 투자가 많다. 그리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 길게 봐야 한다. 당장 자본을 투입했다고 효과가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이 한진해운만큼 클 수 있나.
 
지금 상태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보인다. 현대상선 규모가 현대상선(47만TEU)과 이제 막 시작한 SM상선(26만TEU) 둘을 합쳐봐야 70~80만TEU 인데, 이는 글로벌 해외 선사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규모와 경쟁력 측면에서 해외 선사에 떨어지는 탓에 현대상선이 성공적으로 얼라이언스에 진입하지 못하고, 2M과 전략적 제휴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선박 발주를 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신조 발주를 해버리면 공급을 더 늘리는 꼴이 된다. 수요 확보가 안되는데, 배만 지으면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
 
얼라이언스가 재편된 4월 1일 이후 아시아~북미노선의 서비스 숫자가 늘었다. 반면, 부산항 기항 서비스 빈도는 줄었다. 한진해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얼라이언스 협약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해운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타 멤버 기항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다. 모항이 부산항이었던 한진해운이 얼라이언스에 가입되어 있을 때는, 얼라이언스 멤버사들이 의무적으로 부산항 기항을 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싱가포르와 중국 항만들의 기항이 늘었다.
 
국내 화주라고 해서 국적선사를 100% 신뢰하는 게 아니다. 대(大)화주가 운송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는 회사는 평균 10개다. 기존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2개사랑 8개 외국 선사를 이용해왔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적 선사 하나 없어졌다고 화주들이 운송 서비스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현대상선이 규모나 서비스 측면에서 외국 선사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현대상선이 현재 체결한 얼라이언스도 전략적 제휴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화주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해운사를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급 과잉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 공급과잉은 단기간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나 SM상선이 신조 발주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 선사 규모를 서서히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 수요 확보가 안되는데, 배만 지으면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북미항로서 자리 잡는 데에만 20년이 걸렸다. 그만큼 화주 신뢰를 자기 수요로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지난 1월 설립된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과 8500억원 자본 확충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상선, SM상선 등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주효할까.

 
도움이 되는 건 맞다. 다만, 3~4년 후에, 현대상선이 겪게 될 문제점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역할을 하길 기대할 수 없다. (현대상선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수요를 확보하지 않고 무작정 크기만 키울 순 없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를 발주한 이유는 그나마 유조선 시장이 정기선 분야보다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VLCC가 모두 건조돼서 인도되는 시점에도 지금처럼 저유가가 유지가 될까, 하는 데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유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석유 소비는 감소한다. 그때가 되면 대체 에너지나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유조선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나, 2년 후에도 지금 상황이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만든 선박 신조 프로그램이 국내 선사를 길러내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
 
도움은 된다. 한국선박회사를 통하면 선박 소유주는 용선을 한다. 용선료 부담이 있지만 이는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재무구조에는 영향을 안 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영국해양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선사들의 아시아~북미서안 항로 서비스 능력 2.7% 증가가 예상된다. 해당 항로를 오가는 선사들이 늘어나 워싱턴·캘리포니아·롱비치터미널 등의 이용을 늘리면 운임과 관계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아시아~유럽·지중해·북미동안 항로가 최대 19.6%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시아~북미서안 항로는 현대상선과 SM상선도 갖고 있다. 국적 선사의 수혜 가능성은.
 
수혜는 입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것이다. 그러나 수혜 효과가 그다지 크진 않을 것이다. 현대상선 규모가 커서 한진해운이 잃어버린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물량 증가 효과는 머스크나 MSC 등 상위권 선사들이 가져갈 것이다.
 
업황을 예측해본다면.
 
현재 정기선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신조 발주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1만TEU 이상급 선박 발주가 5척이었다. 이런 식으로 (적은) 신조 발주가 몇 년 동안 지속된다면, 공급 과잉에 따른 선사들의 부담이 개선될 수 있다.
 
여기에 해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7대 선사로 개편되면, 선사들의 힘이 강해진다. 지금은 화주가 운임 결정에 있어 우위에 있다. 플레이어는 많은데 수요는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다. 선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대형화된 이후에는 화주와 선사 간 대등한 구조가 된다. 화주 교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선사들의 운임 결정력이 높아지는 덕에 운임 개선이 예상된다. 선사 간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는 3~4년 후에는 지금보다 운임에 대한 선사 입김이 세질 것이다. 이 덕에 수요가 저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운임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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