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단체들, 세미나·입장발표 통해 목소리 높여…거품경제 부작용 망각한 이기적 행태 '눈총'

그래픽= 조현경 디자이너

장미대선을 앞두고 건설 유관기관들이 여론결집에 들어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세미나, 입장발표 등을 통해 유관기관들은 ‘SOC 지출 확대, 부동산 규제완화’ 등 건설경기 부양책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건설경기 부양책과 과잉 건설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외면한채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대건협)는 민간제안사업에 예비타당성(예타)을 도입하려는 기획재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입장을 전일 발표했다. 최근 기재부는 ‘2017년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민간이 제안한 ‘민간제안사업’ 역시 정부고시사업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도입하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예타는 정부 및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남발을 억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 건설사업이 예타 대상이다. 이에 그간 예타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민간제안사업에는 예타를 적용하지 않았다. 정부고시사업만이 예타 대상이었다. 현행 민간투자법에도 민간제안사업에 예타를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기재부는 민간제안사업 남발에 따른 재정지출 극대화를 우려해 ‘재정 효율화를’ 목적으로 이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대건협 측은 SOC 예산 감축기조 속 민간투자사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대건협 관계자는 “현행 민간투자법에 민간제안사업의 예타 근거 규정이 없다. 하위 규정인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예타 의무를 도입하는 것은 법 체계에 위배된다”며 “기재부가 과연 침체돼 있는 민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에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건설 유관기관들도 대정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위해 각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논리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주택금융규제 긴급진단’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주택 공급업체들의 대표적인 모임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집단대출, 주택담보대출에 가해지는 정부당국의 규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건설유관기관들의 행보는 ‘장미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오는 5월9일로 예정된 조기대선을 앞두고 업계의 목소리를 차기 정부에 제시하기 위해 건설업계가 세결집에 들어간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비리사건으로 부패 토건세력과 건설업계를 엮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SOC 예산까지 감축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업계 차원에서 건설경기 활성화, 먹거리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결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건설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도 거세다. 건설업계의 행보가 건설투자에 의존한 기형적 거시경제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10.7%였다.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6%포인트로 국내 경제성장률(2.7%)의 절반이 넘는 수치를 보였다.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건설부문에 자원이 과도하게 배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오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강한 건설투자가 지속되려면 수요가 있어야 한다. 다만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주택 시장을 뒷받침할 만큼 가계의 사정이 좋지 않다”며 “현재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여력이 제한적인 것이 주택 시장 수요를 더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설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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