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가혹한 노동환경과 괴롭힘 탓”…사측 “유가족 아픔에 애도”

지난해 1026, 입사 9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이한빛(28) CJ E&M PD 유족이 가혹한 노동환경과 고인에게 가해진 언어폭력 등 괴롭힘이 사망 이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26개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한빛 PD의 동생도 장문의 SNS 글을 통해 논의에 불을 지폈다. 당초 공식입장을 내지 않던 CJ E&M 측은 18일 오후 늦게 입장을 내고 유가족에 애도를 표했다.

 

18‘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PD의 사망에 사측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드라마 제작의 열악한 환경, 회사의 과도한 업무부여, 언어폭력과 괴롭힘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책위 측은 이한빛 PD의 핸드폰 수·발신 내역과 업무 메신저 내용, 고인과 같이 작업했던 관계자들의 증언들은 심각한 제작환경, 장시간 노동, 고인에게 가해진 언어폭력과 괴롭힘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는 “(혼술남녀가) 반 사전제작형태로 촬영되던 중 갑작스럽게 제작 스태프가 교체돼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가 일반화 된 드라마 제작환경의 특성상 이러한 상황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힘든 상황을 초래하였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CJ E&M 본사 앞 1인 시위와 온라인 공론화 등 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자간담회를 하루 앞둔 17일에는 이 PD의 동생 이한솔 씨가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한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CJ라는 기업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다.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서 이 PD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결국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 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정말 다행히도 주변사람들과 형 친구분들의 도움으로 작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CJ는 죽음의 이유가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는 유가족의 주장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CJ가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딱 이 수준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페이스북 글은 18일 오후 현재 913회 공유됐다.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18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CJ E&M 측은 결국 18일 밤 늦게 공식입장을 내고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 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한다. 또 어떠한 말도 닿을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당시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며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 위치한 문화창조융합센터 모습. / 사진=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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