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한반도…트럼프 행정부에게 잘못된 시그널 주지 말아야

한반도가 일촉즉발(一觸卽發)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 포함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고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지시했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은 호주로 가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오르는 걸 떨칠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국이 북한 핵실험 기지나 지휘부를 선제 폭격한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쏘고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군사력이 충돌하면서 전면전으로 비화한다.

결국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시리아처럼 강대국 지원을 등에 업고 무장 세력들이 한반도를 장기 내전으로 몰아간다. 수 많은 살상자가 발생하고 지난 60년간 차곡차곡 세운 산업시설은 철저히 파괴된다. 시리아가 내전에 빠지면서 인구 1700만명 중 1000만명이상이 난민으로 떠도는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마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미국은) 사전에 반드시 우리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단독으로 (북한을) 타격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반도 전쟁 상황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막겠다”라고 말했다. 다급한 시점에서 나온 적절한 발언이었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이니만큼 의견에 실린 무게가 다르리라 판단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1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 동의 없이 북한을 선제타격해선 안되며 절대로 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후보가 선제타격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 반갑다. 혹시는 미국 뜻 거스르기를 역린 건드리는 것으로 아는 극우익의 표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에 눈 감는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국가 원수로서 자국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 더 중한 게 무엇인가.

이 와중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9일 “미국이 북한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과 소통하지 않고 (북한을) 선제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집권 여당이 내놓은 대통령 후보가 선거전략이라지만 선제타격 운운하는 건 미국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스핀오프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6일 “북한이 핵공격에 나설 징후를 보이면 선제타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공격에 나선다면 선제타격 뿐만 아니라 군사력을 촏동원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징후’에 대한 판단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징후’로 판단하고 선제타격하면 한반도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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