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조선업 회복 기대하기 어려워… 군산 지역경제 타격 불가피

지난 2월 14일 전북 군산시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범도민 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회 진행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선박 신조 프로그램의 첫 발주 사례인 현대상선 초대형원유선(VLCC) 5척이 결국 대우조선해양에 돌아갔다당장 6월 군산조선소 도크(Dock·선박 건조대) 폐쇄를 앞둔 현대중공업도 해당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정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에 밀렸다이로써 군산조선소는 또 일감 확보에 실패했다도크 폐쇄가 목전에 닥치게 된 것이다. 내년 조선업황 회복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대로 도크를 폐쇄해버리면 재가동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2조6000억원 규모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이는 해운사가 배를 새로 건조할 때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대우조선과 VLCC 5척 건조(이후 최대 5척 추가 발주 가능)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VLCC 신조 선가는 척당 8000만 달러(약 890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이 따낸 5척 수주 규모는 4억 달러(약 4450억원)다.  

   

이번 발주 결정을 앞두고 현대중공업과 군산지역계는 군산조선소 존치’를 내세우며 현대상선 VLCC 수주의 필요성을 피력했다군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발주 물량을 당장 도크 폐쇄를 앞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줘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최종 승자는 대우조선이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의 LOI 체결을 산은의 대우조선 밀어주기로 본다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통해 대우조선을 밀어준 것이라며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시나리오였다”고 밝혔다선박 프로그램의 주관기관이 KDB산업은행(산은)인데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도 산은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2조9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대우조선은 향후 수주 실적으로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의 채무 조정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이번 대우조선 수주를 채무 재조정에 난색을 표하는 사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수주 실패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빈 도크’ 처지를 면치 못하게 됐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수주 물량이 소진되는 6월부터 군산조선소 도크를 폐쇄하고 최소한의 시설 관리 인력만 유지하겠단 입장을 내놨다정부발 수주가 수포로 돌아가자 군산조선소의 도크 폐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군산조선소 일감 마련에 고군분투하던 관계자들은 이번 유찰(流札)이 뼈아픈 상황이다. 군산지역 관계자는 저희는 (현대상선 VLCC 5척 수주받기 위해노력을 많이 했다그거 하나 믿고 도크 가동할 수 있게끔 준비도 했다”며 애초 입찰시부터 사전에 미리 (대우조선에 발주하기로정해놓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대주주다 보니까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수주에 실패하니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군산 지역 분위기는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를 잠정 인정하는 분위기다군산조선소의 배 8척은 현재 건조 마지막 정리 단계에 있다그는 “6월 도크 폐쇄가 잠정 확정된 상태다도크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지금쯤 일감을 받아야 하는데 물량이 없는 상태다일감을 받아도 준비작업만 8개월이 소요된다지금 일감과 시간 모두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다조선소 가동 이후 전북 인구는 15000명이 증가했다. 군산조선소는 전북 수출의 8.9%를 차지한다군산 경제의 24%를 군산조선소가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생산유발효과는 연간 2조2000억원, 고용유발효과만 6000명에 달한다. 도크 폐쇄는 협력업체와 조선기자재 업체를 줄도산으로 내몬다. 지난해 4월 기준 군산조선소 사내·사외 협력업체(1·2차)는 86개였다이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66개까지 줄었다. 1351명이 실직했다올 6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사라지는 업체와 인력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정한구 군산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조선업 호황이 돌아와 수주가 재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대중공업에서 수주가 가능하게 된다면군산조선소에도 수주를 분산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에 투자한 돈이 많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사장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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