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주·유럽·중동 구분없이 내리막… 인도·일·중·UAE서는 반한류 확산

지난해 6월 2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 문화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이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류가 식어가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한류실태조사 결과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향후 소비전망이 또 감소세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감소폭은 지난해와 비교해 유독 도드라졌다. 반(反)한류 정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15개국 7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2017 글로벌한류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미주‧유럽‧중동 주요국에서 ‘1년 후 한류콘텐츠 소비지출의향’에 대한 응답이 사상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국가는 미국(25.9%p)이었다. 이어 중국(22.7%p), 영국(22.0%p), UAE(20.2%p) 순이었다. 눈길 끄는 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감소세가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태국‧말레이시아는 17.5%, 인도네시아는 15.5% 줄었다.

1년 후 한류콘텐츠 소비지출의향 조사는 2014년 처음 실시됐다. 미래 한류 소비 전망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두 번째 조사였던 지난해 역시 소비지출의향은 전체적으로 내리막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최대감소폭이 6.5%(말레이시아)에 불과했다. 되레 증가한 나라도 5개국이나 됐다. 반면 2015년과 비교해 2016년 소비지출의향이 늘어난 국가는 대만(5%) 한 곳에 불과했다.

특히 눈길 끄는 국가는 중국이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14년 당시 중국 응답자 중 55%가 1년 후에도 한류콘텐츠를 소비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는 이 비율이 30.3%에 그쳤다. 불과 2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내 한류시장에 경보가 울린 탓으로 풀이된다.

반(反)한류 인식도 늘고 있었다. 15개국 중 인도(33.7%), 일본(28.3%), 중국(27.8%), UAE(25%) 순으로 반한류 공감도(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공감하는 정도)가 높았다. 직전 조사와 대비해 반한류 공감도 증가율은 UAE(23.5%p), 중국(13.8%p), 일본(11.3%p) 순으로 컸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반한류 공감 이유로 ‘한국과의 정치‧외교 갈등’ 응답이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체 응답자 중 38.3%(2757명)는 한류 콘텐츠의 지속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로 ‘공용어나 자국어로 된 한국문화 정보 부족’을 꼽았다. 이어 ‘한류체험 및 경험 기회 부족’(19.4%, 1396명)이 꼽혔다. 또 콘텐츠의 ‘획일성‧식상함’(19.6%, 1519명), ‘자극성‧선정성’(13.7%, 986명), ‘지나친 상업성’(13.5%, 972명)도 상위권에 속했다.

곽영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은 “본 조사를 통해 중국‧일본‧미국 등 주요 한류 시장에서의 한류 소비 위축이 가시화 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한한령, 혐한류, 4차 산업혁명 등 요동치는 한류시장에서, 플랫폼 다변화와 진출 지역의 편중성 해소, 다양한 한류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복합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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