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푸드’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도대체 ‘할랄’이 무엇이기에

 

할랄가이즈 / 사진=우먼센스

한국만큼 요식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뉴욕에서 지금 가장 핫한 길거리 음식 ‘할랄 가이즈’가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뉴욕에서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할랄 가이즈는 밤낮없이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문을 연 것이다.

 

대체 할랄이 뭐고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기에 이렇게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일까? 타 문화를 접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인지라 할랄을 음식과 동일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할랄이란 개념은 비단 음식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포괄적으로 나타난다. ‘할랄’은 이슬람어로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거나 또는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반대되는 의미의 말로는 ‘하람’을 사용한다. 

 

사진=우먼센스

할랄 식품의 생산 요건을 다룬 책 <할랄 식품 생산론>에서는 “율법과 규칙은 무슬림(이슬람교도)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 이슬람에서는 섭취 행위를 종교적 기도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에 대한 경배로 간주한다. 오직 할랄 식품만 섭취하는 것이 그들의 종교적 의무다”라고 설명한다. 불교 신자가 음식을 제한하는 것처럼 무슬림도 철저히 할랄에 부합되는 음식 섭취만 추구하는 것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서 구체적으로 ‘하람’이라고 언급한 음식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할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란>에서 ‘하람’이라고 언급한 음식은 무엇일까? 먼저 돼지, 육식 동물, 개구리나 뱀 같은 육상 동물, 알코올이다. 이 중 특히 고기에 대한 부분은 도축하는 방법 역시 까다롭다. <코란>에서는 ‘부패한 고기, 피, 돼지고기, 목 졸려 죽은 것, 맞아서 죽은 것,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은 것, 뿔에 받혀 죽은 것’ 등은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해 금지한다. 무슬림들은 하람인 돼지나 육식 동물이 아닌 소, 양, 닭 등도 할랄에 맞는 도축 방법인 ‘다브흐’에 따라 도축된 것만 먹을 수 있다. 

 

다브흐는 성인 무슬림이 기도를 한 뒤 도축하고자 하는 할랄 동물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단칼에 목을 쳐 죽이는 것이다. 이러한 할랄 푸드의 특성이 비인도적인 도축에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들과 인도주의적 차원의 채식주의자가 많이 포진한 힙스터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또한 할랄은 생산 방식과 유통에서도 순수하고 인도적인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웰빙’ 먹거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키운 감자로 튀김을 만들거나 건강하게 생산한 달걀과 기름으로 칼로리 높은 소스를 만들므로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뉴욕에서는 할랄 가이즈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호주에서는 ‘할랄스낵 팩’이라 부르는 이슬람 음식이 대박을 쳤다고 하니 전 세계적인 반무슬림 정서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할랄 푸드의 인기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인식되기도 한다. 할랄 음식 인증·교육 기관인 ‘이슬람 음식 및 영양위원회(IH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의 할랄 음식 매출은 2백억 달러(약 23조 1천3백억원)에 달해 2010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미국에서 할랄 푸드를 소개하는 웹 사이트를 처음 만든 샤헤드 아마눌라는 “1998년 미국에서 할랄 푸드를 살 수 있는 가게는 2백여 곳뿐이었으나 2016년에는 7천6백 곳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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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업계는 블루 오션이라 할 수 있는 할랄 푸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할랄 푸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할랄 푸드가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무슬림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슬람 국가들은 표준화된 할랄 인증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2백50개 이상의 할랄 인증 단체가 있고, 그 기준과 인증에 필요한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그중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가 유일한 할랄 인증 기구이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 회사들은 이슬람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김, 김치 등으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지역 할랄 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농심 또한 신라면의 원재료를 할랄 식품으로 대체해 이슬람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심은 부산에 별도의 할랄 생산 라인을 만들고 기존 신라면에 함유된 육류 대신 콩 단백질을 첨가한 할랄 신라면 14종을 개발했다. 할랄 푸드는 분명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익숙하게 먹어온 음식과는 다른 풍미의 음식이다. 따라서 할랄 푸드의 인기 요인을 이러한 색다른 미각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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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가이즈를 국내에 론칭한 O2O 창업 플랫폼 ‘나도사장님’의 이명섭 차장은 “미국에서 할랄 가이즈는 지난해 국내 요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쉑쉑버거 못지않은 인기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할랄 가이즈 역시 쉑쉑버거처럼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특히 최근 들어 할랄 푸드가 국내외에서 웰빙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도 할랄 가이즈의 안착을 확신하는 이유였습니다”라고 말한다. 

 

음식을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첫 번째는 ‘맛’이겠지만 타국의 음식 문화를 접할 때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다는 차원을 넘어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에는 한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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