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개 조선사 수주 66%↓…시드릴은 유동성 위기

국내 조선산업이 해운업 등 전방산업 업황 불안에 따라 매출 절벽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그래픽 = 김태길 미술기자

국내 조선사가 임·직원 급여 삭감이나 자산 매각과 같은 자구노력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조선산업이 매출 절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해운업 등 전방산업 업황이 개선되고 못 하고 있는데다,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시드릴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선박 발주는 고사하고 잔금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금액은 336억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63% 감소했다. 주력 수주 대상인 대형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등 발주가 줄어든 게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지난해 국내 대형 5개 조선사 신규수주는 전년보다 66% 감소한 83억달러에 그쳤다. 2년 수준 이상 유지되던 수주잔고회전율은 최근 1년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조선사 선박 생산 시간이 줄면서 지난해 매출액 감소는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주 잔고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올해 매출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하고 전방산업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운업체가 주로 이용하는 대형컨테이너선은 선복량이 많고 선령도 낮은 수준이다. 시추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해양시추설비 드릴십을 발주한 시드릴은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와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는 선수금 30%를 제외한 잔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시드릴측으로부터 인도 연기를 요청받아 지난 3월말까지 이 드릴십 2척을 인도하고 잔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시드릴이 재차 인도 연기를 요청해와 현재 인도일을 협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드릴십은 2018년과 2019년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선사 파산 상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 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주 경쟁 심화도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쳐 대형화 추세인 중국 조선사 약진이 위협 요소다. 한국기업평가 한 연구원은 “중국 국영조선사가 최근 탱커선 등 수주를 통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며 “중국이 기술력을 쌓고 금융지원이 이어지면 국내 조선산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현재 자산 매각과 경영합리화와 같은 자구계획 이행에 적극해서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비영업자산 매각 등 총 2조34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수립했다. 삼성중공업은 부동산·투자주식 매각 등 5500억원의 자구계획 중 1800억원을 이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97000원 규모 자구계획을 수립해 7400억원을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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