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CJ E&M·쇼박스 구도…마블은 내달 3일 개봉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한 장면. / 사진=CJ E&M

"월별로 재밌는 현상이 있다. 4월 같은 경우를 비수기, 포텐셜(potential) 시즌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외국영화가 비중을 높이면서 관객들을 모아주고 있다. 성수기에는 한국영화가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8일 열린 CJ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이승원 CGV 리서치센터 팀장이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캡틴 아메리카), 2015년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이 비수기임에도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둘 다 할리우드 마블(Marvel)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하지만 올해 4월은 마블의 계절이 아니다. 국내 업계 1위를 다투는 CJ E&M과 쇼박스의 맞대결 구도다. 비수기지만 되레 시기 덕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많다. 마블의 영화는 평년보다 개봉시점을 1주일 늦춘 채 등장한다. 올해 첫 출발이 좋았던 CJ E&M과 쇼박스로서는 4월 개봉작에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할 전망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성수기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5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그간 비수기로 꼽혔던 4월이 국내 유력 투자배급사 간 전장으로 변모한 모양새다. 가장 눈길 끄는 대목은 투자배급업계 1위를 다투는 쇼박스와 CJ E&M의 정면경쟁이다.

CJ E&M은 오는 26일 배우 이선균, 안재홍 주연의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내놓는다.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 역)과 천재적 기억력의 어리바리 신입사관 이서(안재홍 역)가 1468년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CJ E&M과 투자배급업계 1위를 다투는 쇼박스는 같은 날 배우 최민식, 곽도원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을 내놓는다. 문소리, 라미란, 심은경도 출연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나선 변종구(최민식 역)의 선거전이 영화의 줄기다. 선거공작 1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역)와 베테랑 정치부 기자 정제이(문소리 역)의 역할도 무게를 더한다.

두 영화 모두 비수기를 개봉 시점으로 택했지만 전략적 노림수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경우 12세이상 관람가라는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족 관객에 대한 소구력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봉 다음 주인 5월 첫째 주부터 장미대선이 이뤄지는 9일까지는 이른바 황금연휴 기간으로 꼽힌다. 평년보다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서다.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역시 5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었다.

 

지난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5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극장에서 관람객들이 시빌워 대형 홍보물 옆을 지나고 있다. / 사진=뉴스1

특별시민은 가장 절묘한 개봉시점을 택한 모양새다. 개봉 시점이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어서다. 4월 말은 59일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후보의 선거전이 절정에 달하는 시점이다. 후보 간 TV토론도 연이어 펼쳐진다. 계획보다 반년 이상 빠르게 다가온 정치의 계절 덕을 볼 기회라는 얘기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배급 시기란 게 전략인데, 비수기로 손해 볼 가능성보다 시기 덕을 볼 가능성에 더 무게 둔 것 아니겠느냐라며 지난해 11월에는 국정농단 시국 때문에 사람들이 극장을 덜 찾았는데 이번에는 사회적 상황과 잘 맞물리는 영화라 도리어 성공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년 간 4월 마지막 주는 마블의 전략적 개봉시점으로 꼽혔다. 장사도 잘됐다. 지난해 427일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개봉했다. 누적관객은 867만명이다. 역시 12세이상 관람가였다. 2015423일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했다. 누적관객은 1049만명이었다. 마찬가지로 12세이상 관람가다.

 

올해는 시기가 1주일 늦춰졌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의 작품 중 하나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53일 개봉한다. MCU는 마블에서 제작한 작품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앞서 지난 2년 간 흥행한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도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4월을 내주고 5월을 택했지만 지난 두 해간의 흥행열풍 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CJ E&M과 쇼박스 모두 올해 출발이 좋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4월 개봉작이 7~8월 성수기를 앞두고 징검다리 역할 정도의 관객만 모아주면 된다는 얘기다. CJ E&M은 지난해 말 마스터에 이어 올해 초 공조가 흥행에 성공했다. 쇼박스도 프리즌이 순항하고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M의 경우) ‘공조의 이른 흥행 덕분에 실적 개선에도 여유가 생겼다. 군함도(제작비 270억원 추정)의 손익분기점(720만명) 돌파만 전제되면 연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군함도는 CJ E&M의 올해 텐트폴(주력작)이다. 쇼박스의 텐트폴은 택시운전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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