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서 해고된 택배노동자 4명 재취업 번번이 좌절… 본사측 “대리점 채용에 관여 한 바 없다"

지난해 해고된 CJ대한통운 동부이촌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4명은 본사가 자신들의 취업을 막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CJ대한통운에서 일했던 택배노동자 김명환 씨는 109일 째 무직상태다. 지난해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고된 이후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현재 신용카드는 정지된 상태다. 일흔의 노모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주변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갔지만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

#김명환 씨와 함께 해고된 동료 김태완 씨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두 명의 아들과 아내를 부양하던 김 씨는 해고 이후 수입이 뚝 끊긴 상태다. 김태완 씨 집도 김 씨 외에 돈을 버는 다른 가족구성원이 없다. 현재 정부의 생계 지원과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해고된 CJ대한통운 동부이촌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4명은 본사가 자신들의 취업을 막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 일했던 대리점이 갑자기 폐지되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 이후 CJ대한통운의 다른 대리점에 재취업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은 동부이촌 대리점이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된 이유가 이들이 ‘분류작업 오전마감’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분류작업 오전마감은 늦어도 12시 전에 택배물품을 받아서 배송 출발시간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배송출발이 늦어지면 택배기사들이 밤 9시가 넘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분류작업 오전마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고 이후 이들은 CJ대한통운의 다른 대리점에 재취업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세 곳의 면접을 봤던 김명환 씨는 “본사가 해고된 동부이촌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4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취업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CJ대한통운의 다른 지점에 재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넣었다. 그는 “면접을 보고 출근통보까지 받았지만 출근 직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세 차례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그는 한 대리점에 출근하기로 했지만 대리점 소장이 다시 전화가 와 그만두려했던 직원이 다시 일하게 됐다며 그의 취업을 번복했다.

또 김 씨는 최근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또 다른 대리점에선 면접 후 김 씨를 빨리 일에 투입시키기 위해 배달할 지역도 미리 훑어보게 했다. 대리점 직원들과 인사까지 마치고 해당 대리점의 직원이 되기 위한 사번코드만 발급받으면 됐다.

그러나 대리점 소장은 본사로부터 그가 사번코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통보받았다며 김 씨의 채용을 거절했다. 김 씨는 대리점 소장과의 통화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며 억울함을 표했다. 녹취된 통화에서 해당 대리점 소장은 “본사에서 김명환씨가 채용불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이라 사번 발급이 불가하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 씨뿐만이 아니다. 같이 해고당한 박승환 씨 역시 광주의 모 지점에 취업을 시도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그 역시 대리점 소장으로부터 그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인물이라 채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박승환 씨의 동료는 “그가 취업을 거부당해 크게 좌절했다”며 “본사가 파견한 지점장이 그를 채용하려던 소장에게 박승환 씨는 용산 사건 때문에 취직 안 되는 것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본사의 일방적인 해고에 이어 재취업까지 막힌 이들은 세 달 가까이 수입이 없어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은 반드시 CJ대한통운에 취업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명환 씨는 “생활고 때문에 당장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른 택배회사에 취업하지 않고 본사를 상대로 싸우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억울한 선례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CJ대한통운에 재취업해 억울하게 해고된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CJ대한통운 본사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본사에 전산코드 등록 요청이 온 적 없다. 회사에 블랙리스트 같은 건 절대 없다”며 “이들이 예전에 분류작업 오전마감 요구를 한 적이 있어 소장들이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기에 부담을 느끼고 채용을 거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대리점 소장이 김명환 씨를 본사의 취업불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이라 채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해당 대리점 소장님께서 왜 본사 핑계를 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본사에선 대리점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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