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보다 배당율 높은 기업 수두룩…투자 기회 잘 활용해야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서민가계 사정은 갈수록 빠듯해지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에 이를 만큼 일자리 상황은 더 빡빡해졌다고 한다.


통계수치를 보더라도 그걸 느낄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1.0%로 집계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길거리는 여전히 막히고 외제차는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긴 연휴에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넘쳐 이 기간 해외여행 상품은 평상시 3배 가격에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가 틀렸을까. 통계와 현실의 괴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기업 영업이익 쑥, 고배당 속출

차이의 큰 부분은 지난해 기업실적에서 읽을 수 있다. 마감일인 3월말까지 들어온 12월 결산 상장사의 사업보고서에 그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은 여전히 짱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배당도 예전보다 상당히 후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반법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1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15.02% 늘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16.46%나 늘었다. 중견 이하에도 그만큼 알짜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들 역시 엄살과 달리 장사를 잘 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해 증시가 좋지 않고 금리인상까지 겹쳐 어려움이 컸다지만 금융회사 전체 영업이익은 4%이상 증가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은 19.6%나 뛰었다.
 

주목할 점은 기업들이 돈만 번 게 아니라 배당도 점차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결산 후 주당 2만1000원을 배당한 삼성전자는 지난 해 결산에선 2만8500원씩 배당했다. 주당 배당액이 1년 사이에 35.7%나 증가했다.
 

현대차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주당 4000씩 배당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가배당률은 2.6%에서 2.8%로 높아졌다. 이 회사 우선주 시가배당률은 4.0%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수준이다.
 

S-oil의 시가배당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유가 안정으로 이익이 급증한 이 회사는 올해 주총에서 보통주 6.7%, 우선주 10%의 시가배당률을 결정했다.
 

일시적으로 배당을 늘린 곳도 있지만 꾸준히 고배당을 강화하는 기업도 늘어가는 추세다. 대신증권은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2015년에 보통주 기준 2.54% 배당을 한데 이어 2016년엔 3.99%, 올해는 5.04%로 매년 시가배당률을 높였다. 이 회사 우선주 배당률은 같은 기간 4.56%에서 6.93%, 7.76%로 뛰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 외에도 매년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배당을 지속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가계 어려운 건 투자하지 않기 때문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 대부분은 가계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꺼리고 있다. 그래서 빵빵한 배당은 대부분 외국인 몫이 돼버렸다. 한국에서 기업은 잘 나가는데 가계는 팍팍한 까닭이다.


그렇게 투자를 꺼린 이들이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부자들이 자신들 배만 채운다고 비난한다. 마치 정부가 기업에 투자하는 걸 막고, 또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배제하기라도 한 듯이 나댄다.
 

한국 분배구조가 노동보다 자본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건 한국만의 사정은 아니다. 기술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기계화와 자본집약화는 세계적 추세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상용화하면 택시 운전사의 설 자리는 사라진다. 현대차가 마음먹고 자동화를 추진한다면 매년 파업을 일삼는 노조원 대부분을 잘라낼 수도 있다. 이익이 갈수록 기업에 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게 쌓인 이익은 주주의 몫이다. 매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결국 주가와 배당을 통해 돌아온다. 그 금액이 많고 적고는 지분 크기에 달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다수 국민들이 기업에 투자할 생각을 접고 있다. 그보다는 매년 비용부담이 수반되는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안전을 이유로 이자도 거의 주지 않는 은행에 묻어둔다. 스스로 자본가 대열에 동참하길 포기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부자들은 기업에 올인 하다시피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주식을 사주는 대주주 일가는 아주 흔하다. 기업이 망하면 자산 대부분이 날아갈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기업에 투자한다. 땅을 사거나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월등히 낫기 때문이다.
 

그 투자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단지 어떤 이는 그 기회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그저 차버릴 뿐이다.

◇투자해야 선진국 시민 자격

이유야 어찌됐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했다. 게다가 국민소득 기준으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나라의 체제나 수준이 품 팔아 먹고사는 단계는 지났다. 머리를 써서 돈을 벌거나 돈으로 돈을 벌어야 당당한 선진국 시민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걸 거부하면 저소득을 감내해야 한다.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 정치인들은 표 욕심에 공짜 점심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세금 더 거둬 모두에게 나눠주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떠벌인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통용될 달콤한 유혹이다.
 

그게 일시적으로 먹힐 수는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당장엔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돈 같겠지만 결국 내 호주머니를 털고 아들딸 일자리를 갉아먹는다. 그런데도 그런 공갈이 판을 치는 건 국민들이 투자를 너무나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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