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비용‧고정비 줄일 공유주방서비스… 미국 시장처럼 성장할 것 기대


김기웅 대표는 삶 자체가 흥미롭다. 그는 세 살 때부터 15년간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에서 영남이로 출연했다. 촬영장보다 학교 친구들이 좋아 김 대표는 연예인을 그만두었다. 군대에서 미래를 고민하다 당시 활황기였던 주식 시장이 눈에 띄었다. 당시 증권사 직원을 ‘1등 신랑감’으로 뽑았다. 김 대표는 증권사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2014년 3월 김 대표는 잘 다니던 증권사를 그만두고 도시락 음식점을 시작했다. 막연하게 창업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얻은 교훈은 ‘외식업은 힘들다’였다. 이 경험은 김 대표가 공유주방서비스 ‘위쿡(WECOOK)'을 생각해낸 계기가 됐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2015년 10월 설립됐다. 지난해 5월 프리버전으로 공유 주방을 작게 시작했다. 지금은 6개 푸드 스타트업들이 함께 한다. 6월 새 브랜드가 나온다. 올해 대규모 공유주방을 만들 계획이라는 김기웅 대표를 31일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심플컴퍼니프로젝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 한번 뜨면 모두 그 음식에… “경쟁력있는 외식업 위해 환경부터 개선”

푸드 스타트업 대다수는 배달, 주문 등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시스템)에 집중돼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닌,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공유주방서비스는 다른 말로 키친 인큐베이터(Kitchen incubator) 시스템이다. 적은 초기투자비용으로 외식창업할 수 있도록 공용주방과 설비, 유통을 지원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위생적인 음식을 먹으려면 파는 사람들이 안전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키친 인큐베이터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우리는 판매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외식업 환경이 낙후돼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영세자영업자는 83%가 넘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영업 이익률은 낮아지고 실패율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식업, 음식점 분야 창업환경과 정부지원이 좋지 않다. 대부분 푸드 스타트업들은 벤처기업 인증도 어렵다. 사업목적에 따라 외식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지원을 받기도 힘들다. 소상공인회로 분류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지원이 끊긴다. ‘지원의 사각시대’에 서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선 경쟁력 있는 음식들도 나오기 힘들다. 지금은 유행에 따라 음식점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음식점은 다 나가사키 짬뽕을 팔고, 분식점은 모두 국물떡볶이를 만든다. 한식, 중식 등 다양한 분야가 많지만 창업환경 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시행착오 비용이 큰 탓이다.”

생계형 창업자들은 시행착오 비용조차 부담스럽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 대세지만, 초기 비용이 큰 푸드 스타트업에겐 힘든 방식이다. 김 대표는 돈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창업 실패율을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강남구 테헤란로 롯데 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사무실에서 김기웅 대표를 만났다. / 사진=권태현 영상기자

◇ 고정비를 줄이는 방법, ‘공유주방서비스’가 답이다

국내에는 키친 인큐베이터 시스템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는 2013년부터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성장률이 50%가 넘는다. 미국 전역 200개 키친 인큐베이터 시스템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자료 조사를 하고 무작정 미국 업체에 이메일을 보냈다. 직접 미국으로 떠나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도시락음식점을 운영했던 경험도 시장을 조사하는데 도움을 줬다. 당시 고정비가 굉장히 많이 들었다. 도시락은 점심시간이 가장 바쁘다. 옆에 있던 치킨집은 점심에 영업 안한다. 공동 배달인력을 쓰면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방공간까지 공유하면 평당 임대률을 아낄 수 있고, 식재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창업자를 대신해 고정비를 투자한다. 입주 후 장시간 고정비를 나눠서 받는 모델이다. 사무실를 공유하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식자재, 물류, 브랜딩, 판매채널에서 수익을 내기도 한다.

“초기 목표는 ‘공실률 0%’였다. 외식업은 보통 음식제조가공업과 음식점으로 나뉜다. 음식을 매개로 하는 사업지만 운영방식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을 만드느냐다. 키친 인큐베이터를 통해 괜찮은 제품이 나오면 제조업자, 유통업체, 투자자들이 몰리게 돼 있다.”

◇ 국내에도 공유주방서비스 다양화된다… 앞으로 해외에 한식 알리는 기업 될 것

김 대표는 국내에도 키친 인큐베이터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분야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메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거나, 배달 등 음식 유통을 도와주는 키친 인큐베이터 시스템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가 세운 해외진출 계획도 구체적이다.

“지난해 한 국회의원이 한식 세계화 법안을 내놨다. 122개 업체가 해외에 진출했지만 성공한 기업은 없다. 대기업조차도 한인타운 등 지역적 성공만 거둔 상태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제휴를 통해 인적교류를 추진할 것이다. (창업자들이) 미국 등 해외에 편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공유주방서비스를 세워 한국 자영업자들을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해외진출을 하게되는 한국 외식창업자들이 ‘개별 브랜드’를 내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델이다. 김 대표는 대규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은 위쿡이 확장을 하는 해다. 계획대로 센터 3개를 성공적으로 열고, 수많은 외식창업자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더 경쟁력있는 음식사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올해 5월 중에 강북센터점이 열릴 예정이다. 연간 150팀을 입주시키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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