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해외법인, 화장품 매출 60% 이상…사드 이슈로 고민

“전 세계 사람들 핸드백 속에 우리 립스틱이 하나씩 있다면 진짜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0여 년 전 연구소에서 점심을 먹던 중 임원들에게 건넨 말이다. 당시는 화장품 업계에서 국산 브랜드는 설 자리가 없을 만큼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기세등등했던 시기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해외사업,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상승을 이끌었다.

3월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발표한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5조 6454억원으로 전년대비 18.44%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8481억원으로 전년대비 9.73%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호실적은 면세점, 해외매장 등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사업이 이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판매경로에 따른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면세점이 29%, 해외법인이 31.8%를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 부문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온라인, 글로벌 면세 확장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글로벌 면세는 주요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에 힘입어 신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며 성장에 기여했다.

해외 사업도 순항했다.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 32%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국 진출 약 5년만에 100호점 매장을 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14개국에서 19개 국외법인을 두고 있으며 국외에서만 3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아모레퍼시픽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가습기살균제 치약 사건과 중국 사드보복 이슈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치약사건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매스사업(생활용품)부문에 큰 타격을 줬다. 아모레퍼시픽의 치약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회사는 문제가 된 치약을 환불해줬다. 리콜비용 탓에 매스사업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고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3.8%나 감소했다.

또 사드(THH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보복 조처에 나서면서 중국인 여행객이 감소했고 이 때문에 4분기 시내 면세점 매출도 영향을 받았다.

사드 이슈 탓에 서경배 회장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위기를 헤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과 미주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중동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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