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사용자격 제한해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 막아"

그래픽=김태길

금유 당국이 핀테크 오픈플랫폼을 마련해 놓고도 정작 관련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어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픈플랫폼은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 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시스템이다. 

 

금융결제원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오픈플랫폼을 구축했다. 하지만 사용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만들어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핀테크 업체는 오픈플랫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핀테크 오픈플랫폼이 나온 지 6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오픈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해 서비스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8월30일 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열었다. 핀테크 업체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은행과 별도 제휴를 맺지 않고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가 송금 등 금융서비스 시스템을 만들 때 은행마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오픈플랫폼은 잔액, 거래내역, 계좌실명 조회 등 갖가지 데이터를 제공한다.  

핀테크 업계는 지금까지 송금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도 금융기관이 잔액, 거래내역 등 조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금융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오픈플랫폼을 이용하면 서비스 개발이 용이해진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이 중소기업만 오픈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끔 사용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당수 핀테크 기업들이 오픈플랫폼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대주주가 대기업이라 사용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은 시중은행 등 금융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핀테크 기업은 금융사들과 경쟁한다. 이에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 금융사와 경쟁할 수 없는 스타트업체만 사용을 허가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픈플랫폼에)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금융 당국은 개선할 의지가 없고 오로지 오픈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생색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0개 업체가 오픈플랫폼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52개 업체는 사용 승인만 받은 상태다. 제대로 플랫폼을 사용하는 핀테크 업체는 뱅크웨어글로벌이 유일하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오픈플랫폼 API로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모핀을 개발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을 통해 동창회 등 회비 입출금 내역을 간편하게 확인하고 회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앱을 개발하기 전에 보안에 취약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런 절차 때문에 1개 업체만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격을 제한해 업체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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