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SOC 신규 투자억제·예타 강화 방침…내년 SOC 예산 20조원 붕괴 전망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정부 부처 ‘안방마님’인 기획재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 방침이다. 기재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확대, 신규 사업 억제, 총사업비 관리 강화 등 SOC 대상 '돈줄 죄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내년 42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과 별개로 SOC 신규 사업, 투자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SOC 홀대는 예산 축소와 함께 건설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예산안 작성지침)’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지침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된 바 있다. 이 지침은 각 부처별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의 ‘골격’ 역할을 수행한다.

예산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 규모는 414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 예산안(400조5000억원) 대비 3.45% 증가한 수치다.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은 이래 슈퍼예산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슈퍼예산 편성 움직임속에서도 SOC 사업에 대한 기재부의 부정적인 기류가 확인된다. 기재부가 내년부터 신규 사업에 대한 보수적 기조, 예비타당성 강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예산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 SOC 사업은 완공사업 위주로 투자된다. 즉, 기존 사업에 대한 개‧보수 위주로 투자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주요 교통망‧신공항 등 인프라 확충, 혼잡‧광역도로‧광역철도‧도시철도 등에 대한 투자의지를 밝히면서도 ‘타당성이 검증된 시설 위주’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또한 기재부는 SOC 사업 중 추진기간이 긴 ‘계속사업’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댈 방침이다. 기재부는 계속사업 중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연차별 적정 투자규모를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일부 공공사업의 경우 추진일정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SOC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기준도 더욱 엄격해진다. 우선 예타 조사기준과 총사업비 관리범위가 일치된다. 본래 SOC 중 예타 조사 대상 사업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 건설사업에 한정됐다. 반면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사업주체의 자의적 사업비 지출을 막는 제도)의 경우 200억원 이상 건축공사, 연구기반 구축 R&D 사업으로 예타와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내년부터 두 기준이 동일해지면서 200억원 이상 건축공사도 예타 대상에 포함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업추진 속도가 느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내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사전적격성 심사, 예비타당성 조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300억원 이상 대규모 공공공사의 발주시기 지연 등의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재부는 또다른 예타 강화기준을 내세웠다. 국도, 국지도 5개년 계획 등 '중장기 계획'에 포함된 개별사업 간 상호연계성이 큰 경우 계획에 포함된 개별사업들에 대해 일괄 '예비타당성조사 요구권'이 신설됐다. 즉,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이 타당성이 입증된 개별 노선별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SOC 예산이 덩달아 축소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2020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책정된 SOC 예산은 20조3000억원이다. 기재부의 현 SOC 신규 투자 억제기조와 맞물려 20조원대가 붕괴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추가경정 예산 편성 때도 SOC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복지에 대한 관심사가 커지며 반대급부로 SOC 예산에 대한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이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 SOC 예산 축소에 대해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새정부 들어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이 있다. 이 기간 대통령이 SOC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국형 뉴딜을 발표한 바 있다”는 신중론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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