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에 편승한 도입 바람 '헛발질'…홍채인증 가능한 갤노트7 단종 사태도 악재 작용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홍채인증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홍채인식을 통해 금융거래할 수 있는 홍채인증 자동화기기(ATM)를 내놓았지만 고객에겐 외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홍채 인증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범 운영 등에 나섰지만 여전히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홍채인증은 모바일뱅킹을 겨냥한 서비스였다. 그만큼 ATM 등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도 수익성이 나는 사업을 하는 곳"이라며 "유지비용과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홍채 인증 ATM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는데 기기를 늘려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해 은행권은 핀테크 혁신 일환으로 홍채인식 금융거래 서비스를 적극 도입한 바 있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문과 홍채인식 기술을 도입했고, NH농협은행, 씨티은행, KB국민은행은 지문 인식을 적용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8월 갤럭시노트7 출시 후로 모바일뱅킹에 이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지만 갤럭시노트7이 단종되며 서비스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갤럭시노트7 전량 회수 방침이 나오면서 은행 홍채인증 모바일 연동서비스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S7 등 차세대 스마트폰에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발화 사건 등으로 홍채인증 서비스 도입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은행권 홍채 인증 서비스가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기존 오프라인 ATM에서 명맥만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홍채인증이란 안구 내부의 동공 주위 조직으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를 기계가 인식하고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IBK기업은행이 2015년 홍채인증 자동화기기를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을지로 본점 영업부에서 홍채인식 등록을 하고 ATM에서 20만원을 인출하며 은행권에 홍채인식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홍채인증 ATM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의 핀테크지원센터 1차 데모데이에서 매칭된 홍채인식 핀테크기업인 이리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됐다. 이 업체에 따르면 홍채인증 방식은 지문인증 방식보다 오차율이 현저하게 낮고 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에선 홍채 인식을 통한 금융거래가 고객에게 쉽게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범운영 후 홍채인증 서비스에서 수익이 늘지 않았다"며 "다른 은행도 핀테크 열풍에 도입해 왔지만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채 인식 기술이 확산되면 금융권은 새 시장을 창출 여력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이 단종되며 모바일 홍채 인증 서비스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ATM 홍채 인증 서비스는 주춤하지만 이 서비스는 모바일에 더 적합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홍채인증이 가능한 단말기들을 새롭게 출시하면 은행 관련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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