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년사서 “흑자 기조 복원” 외쳤으나 실패… 올해 수주전 승리로 역시 ‘흑자전환’ 강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영업손실과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2015같은 해 10월 대우조선은 정부로부터 4조2000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그 이후지난해 신년사부터 올해 신년사, 24일 기자간담회, 29일 사내방송까지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이 말한 경영 시나리오는 매번 동일했다. 바로 흑자 시나리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 사장은 흑자 전환을 역설하고 있다

   

2016년 신년사 흑자 기조로 복원될 것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4일 신년사로 현재의 낮은 신용등급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 전반에 걸친 극한의 비용 절감 및 보수적 자금 운용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양해해 달라”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대우조선은 올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해 다시 흑자 기조로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불거진 5조원대 분식회계와 영업손실로 정부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은 후정 사장은 흑자 전환 각오를 다진 것이다 

   

정 사장 예상과 달리 지난해 대우조선은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지난 15일 대우조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2조7374억원, 영업손실 1조6089억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대우조선이 안고 있는 누적 적자만 5조원대다. 대우조선 지난해 수주 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정부는 지난해 대우조선 수주 규모를 115억달러로 예상했지만실제 수주액은 1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예상치에서 100억달러나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또 정 사장은 올해 예정된 해양프로젝트들의 적기 인도야말로 새로운 대우조선해양의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회사는 모든 역량을 여기에 투입할 것이라고도 말했다이마저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를 지난해 6월과 7월에 각각 넘기기로 했지만 인도가 지연됐다수주 계약 시 선수금을 받고 인도 시에 나머지 미수금(60~70%)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인 탓에인도 지연은 곧 잔금을 받지 못함을 뜻한다. 대우조선이 소난골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1조원에 달한다이 탓에 대우조선 자금난이 더욱 심화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흑자 시나리오’… 이번엔 다를까? 

   

‘2017 신년사는 ‘2016 신년사와 다른 점이 있다올해 신년사에서 정 사장은 흑자 전환을 장담하지 않았다정 사장은 올해 경영 환경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개선되지도 않을 전망이라며 오히려 어려움을 가정했다. “상선의 경우 일부 선종을 제외하고 발주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또 그는 지난해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유동성 확보와 신규수주 확대수익성 개선 등은 올해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라고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실제 대우조선은 올 1~2월 간 수주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 추가 자금 지원 방안으로 2조9000억원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힌 이후정 사장의 흑자 시나리오는 되살아난다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24일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흑자 전환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은 마련됐다고 본다”며 저희가 다시 한 번 양치는 소년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 흑자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만약에 흑자전환 못하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29일 대우조선 직원에 고통 분담을 호소하며 임금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힌 사내 방송에서도 정 사장은 (흑자전환’ 각오를 다졌다그는 이 고비만 넘기고 우리가 약속한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우리 회사는 흑자 전환하여 규모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이번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우리 회사의 모습은 부채비율은 300% 이하로 대폭 개선되고 수익성 높은 LNG선과 경쟁력 있는 특수선 건조를 통해 흑자를 내는 작지만 알찬 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올해 흑자 전환 자신감은 수주 자신감으로부터 나온다. 정 사장은 LNG선 등 회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종을 수주함으로써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상적인 수주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점은 9~11월이다상선 쪽에서 30억~35억달러 정도 수주를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정 사장이 제시한 수주 목표치는 올해 채권단이 제시한 대우조선 수주 예상치인 20억달러를 상회한다금융위는 내년 대우조선 수주 전망은 54억달러로 전망했다대우조선은 올해 이미 6억달러 수주 계약을 따낸 데 이어 14억달러 규모의 수주 협상도 진행 중이다대우조선은 올 8월 내로 소난골 인도 협상을 마무리 짓고 1조원 대금을 받을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IMO 규제도 대우조선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IMO는 2020년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의 연료유(황산화물(SOx) 함유율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추도록 규제한다대우조선은 LNG연료선과 운반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갖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대우조선 수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주들이 신조 발주를 하거나 기존 선박에 탈황 장치를 부착하는 개조 방식을 택한다고 해도, 건조 뿐 아니라 개조 작업 역시 조선소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다”며 발주나 개조나 결국 IMO 규제 자체가 조선사 수익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순 없다올해 대우조선 흑자 전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정부는 대우조선 2조9000억원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이해 당사자들의 채무 조정 합의를 내걸었다하지만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은 여전히 채무 조정안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대우조선이 꾸준히 주장하는 흑자 전환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자기 투자금 안전 회수가 지상 목표다추가로 수조원 자금 지원을 하더라도사채권자 입장에선 수익 개선되고 정상화될 가능성이 안 보이기 때문에 머뭇거리는 거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사채권자들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인식할 것이다”며 회수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사채권자들이만기 연장과 출자 전환 약속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걸림돌이 또 있다. 대우조선의 불투명한 흑자 전환 가능성은 29일 발표된 한정의견으로 재확인됐다. 29일 대우조선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대우조선이 처한 재무상태와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채권은행들의 신규자금 지원 계획과 이해관계자들의 손해분담 등이 기업 계속성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자료를 제출받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내렸다.​ 삼일은 또 “매출원가 적정성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른 시일내에 ‘한정’ 사유를 해소하지 않으면 회사 회생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선주사들은 배를 발주하기 전 조선사 재무상태를 챙긴다. 선주사들이 재무 감사의견에 문제가 있는 조선사를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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