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보유지분 과점주주보다 많아…과점주주 이해상충 견제 의미도"

박필준 우리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장기적 발전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 사진=우리은행 노동조합

최근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중심으로 여야 의원 122명은 근로자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노동자 100명 이상의 서울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남시도 노동자 권리 확대를 위해 성남시 산하 출자 출연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선언했다.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노동차 추천 이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됐다.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근로자의 경영 참여 움직임이 보인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필준 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장기적 발전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은 2014년 11월 14일 설립됐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2014년 12월 3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지분 3.99%(2702만주)를 사들였다. 이후 우리사주조합은 우리은행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우리은행 지분은 약 4.45%(3798억원)다.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우리은행의 장기적 발전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우리은행 발전에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다. 퇴직까지 수십년간 장기적 이해관계자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 목적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다. 단기적 이익 추구에 따른 부작용을 견제하려고 한다. 단순히 직원의 임금, 복지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삶의 질과 자신이 몸 담은 기업에 대한 책임의식도 높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사회적 합의가 됐다. 주주 직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반면 한국은 역대 정권들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펴왔다. 타임오프제, 성과연봉제 등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해 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됐다. 노조는 이 시기에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제는 우리사주조합이 생기면서부터 생각해왔다. 우리사주조합의 우리은행 지분은 약 4.45%(3798억원)다. 개별 과점주주들보다 지분이 많다. 과점주주들은 주가가 오르고 이익이 많이 나서 배당 받는 것이 주 목적이다. 단기 성과 추구에 치우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는 은행이 건전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사주조합이 이러한 목적을 가진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한다.

과점주주들은 증권사, 보험사 등이다. 과점주주들의 상품을 제휴상품으로 우리은행에서 파는 것을 지양하고 싶다. 우리은행 자체적으로 좋은 상품을 팔 수 있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예전처럼 보험사와 증권사를 가진 금융지주 체제로 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보험사인 과점주주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견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제 추천제 도입을 반대한다.

사외이사들도 우리은행의 발전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제 추천제 도입에 공감해주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사외이사들과 만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 다음번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리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제도 도입이 더 쉬워진다.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제가 도입된다면 사외이사에 어떤 점을 바라는가.

우리은행이 잘 되기 위해 우리은행의 방패막이가 됐으면 좋겠다. 단기 업적 주의를 벗어나 은행이 내실을 갖고 장기적 발전을 하도록 했으면 한다. 직원들에게도 단기 성과 내기보다 시간이 걸려도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한다.

우리은행 노조 위원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고생한만큼 보상 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우리은행은 공적 자금을 받은 은행이어서 일한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우리은행 직원의 임금은 다른 시중은행의 85% 수준이다. 또 직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도록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