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플랜 들어가면 기관투자자도 93% 출자전환해야

23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모습. / 사진=뉴스1

채권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사실상 동의했지만 국민연금은 채무재조정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된 국민연금이 ‘국민 혈세 투입’ 논란이 있는 대우조선 채무 조정에 적극 동의하기 부담스러워하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유리한 협상을 이끌기 위한 국민연금의 버티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 약 30%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조정안에 반대할 경우, 대우조선은 법적 구조조정 일종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가게 된다.

 

28일 국민연금은 정부의 대우조선 자금 지원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내부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국민연금은 내부 회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까지 국민연금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채무재조정이 무산돼 대우조선은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사채권자들 중 가장 많은 사채(30%, 3900억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정사업본부(13%)와 사학연금(7%) 등이 국민연금 결정에 따를 가능성이 높아 국민연금의 결정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국민연금으로선 이번 채무 조정 결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에 대한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분식회계로 부실을 숨기고 발행한 9400억원 회사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P플랜에 돌입하면 시중은행 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출자 전환 비율도 오르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고통 분담 방안에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출자전환 비율은 100%, 시중은행 80%, 국민연금 등이 가진 회사채·기업어음(CP)50%를 출자 전환하도록 돼 있다. P플랜에 들어가면 시중은행,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모두 사채권자 출자전환 비율이 93%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부정적인 이유는 이후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시간을 벌자는 의도일 수도 있다“국민 노후 자금으로 대우조선을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만큼 국민연금도 최대한 신중하려고 하고 있다. 버티기 하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대우조선은 채무조정안에 부정적인 국민연금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대우조선은 국민연금과 만나 흑자전환 방안, 자금운영 계획 등 회사 미래 회생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대우조선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까지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 대우조선에 발주한 선주사들이 대규모 발주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탓이다. 더불어 수주도 어려워진다대우조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한 시중은행은 발주 취소에 따라 대우조선이 받은 선수금을 발주처에 물어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은행 RG는 총 114000억원이다

 

게다가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채무 조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그 강도가 채무 조정 합의 때보다 더 심화된다. 시중은행 출자전환 비율은 기존 채무재조정 안에서 얘기된 80%에서 90%까지 오르게 된다. 대우조선 주식은 대부분 손실 처리되기 때문에, 출자전환 비율이 높을수록 시중은행 손실 규모도 커지게 된다. 시중은행은 이런 위험을 이유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오는 30일까지 협약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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