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업무에 핀테크 자연스레 접목되게…김도진 행장식 디지털 혁신 도모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금융과 기술 간 융합 차원에서 금융권 변화가 다른 분야보다 빠르다. 금융권이 기존에 규모의 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론 분화의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게 금융권 시각이다. 핀테크 산업 발전 때문이다. 핀테크는 금융권 발전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금융 카르텔을 위협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핀테크 등 비대면 채널 혁신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핀테크 분야 육성을 위해 핀테크 채널부를 신설했다. 기업에 특화된 핀테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위기감에서 온 결단이다.

주정태 기업은행 기업핀테크채널부 팀장을 28일 기업은행 신사옥에서 만났다. 기업은행이 취한 디지털 금융화 전략은 기업과 개인을 분리하는 것이다. 기업은행에 특화된 기업 핀테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김 행장이 밑그림을 그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 점유율은 22.6%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기업은행 중기 대출은 전체 여신 중 77%(2016년 말 기준)를 넘는다. 김 행장이 찾은 기업은행의 핀테크 혁신 지름길은 기업에 있었다. 여기에 핀테크 전문가가 기업은행에 포진돼 있다. 이 중 하나가 주 팀장이다. 

기업은행 핀테크 전략 강점을 말한다면?


개인과 기업을 나눴다는 점에 있다. 기업은행은 기업 핀테크 채널부를 신설했다. 기업에 특화한 핀테크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차별화 전략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기업에 특화한 핀테크사업 발굴 등 김 행장 의지를 담았다. 미래채널그룹 내 기업 핀테크 채널부, 개인 디지털 채널부를 만들었다. 기존 기업고객 인프라를 활용해 특화된 핀테크 사업에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핀테크 채널부에서 하는 일은?


먼저는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끌어오고 있다. 모바일 자금관리가 있다. 소상공인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경영 관리를 해준다. 개인사업자들도 자금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 매일 자금 관리 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최근 시행했다. 또한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대상의 '인-하우스' 뱅크, 대기업 중견기업용 'e-브랜치', 중소기업 전용 'sERP', 정부부처 연구기관 대학교를 겨냥한 'R&D CMS' 등 기업의 성격에 맞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이 다 갖춰졌다.

개인 디지털뱅킹과 다른 것인가?


성격이 다르다. 개인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기업은 라인 결제가 필요하다. 또 기업은 인터넷 환경에 더 적합하다.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을 비교하면, 기업에선 인터넷뱅킹 활용도가 높다. 업무 환경 자체가 다른 것이다. 기업은행이 주목한 점도 여기에 있다. 개인에겐 생활 속 금융을 지원하면 된다. 기업은 업무 속 금융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서로 다른 부분이다. 업무 안에 기업은행 기업 뱅킹 시스템이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고 판단했다.

이제 시작 단계다. 다만 인-하우스 뱅크, e-브랜치, sERP를 보면 이런 상품들이 기업에 적합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보단 상품 자체가 제한적이다. 인터넷뱅킹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속적으로 상품 가입을 할 수 있게 개발하고,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비대면 업무가 있다. 그 부분을 확대해야 기업 고객이 편리함을 느낀다. 은행 직원도 업무를 줄이고 고객에 집중할 수 있다.

개인 사업자 등에 도움이 되는 금융 서비스가 있나?


기업은행은 빅데이터로 상권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행 고객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월 사용 횟수가 1800건을 넘어섰다. 기업은행 홈페이지에서 IBK 지역상권 리포팅을 통해 상권 정보 분석을 받을 수 있다. 전국 3800여개 행정동을 500m 단위로 세분화해 지역 시장 동향, 고객 이용패턴, 유망업종, 유동인구 등 정보를 제공한다. 세부적으로는 미용서비스, 음·식료품 소매, 커피·음료 등 23개 업종의 예상 매출, 동종 업종 현황, 사업성 지표 등을 분석한 30쪽 분량의 IBK 세부상권 리포팅도 제공한다.

최근 핀테크 드림랩 3기가 출범했다. 선정 기준은?


1기에선 공모전을 실시했다. 우리나라에 핀테크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이번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핀테크 스타트업체 리스트가 있었다. 금융위원회 핀테크 지원센터에도 리스트가 있다. 유관기관에서도 이런 기업과 미팅한 정보가 있었다. 이 정보를 취합했다. 은행과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을 선정했다. 이번에 10개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다. 10개 기업을 이번 3기 육성기업으로 선정하고, 6개월간 사무공간, 멘토링, 컨설팅, 투자자 연계, 해외진출 기회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어느 단계인가. 규제는 심한가.


이스라엘과 비교할 수 있다. 이스라엘 시장은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술을 가진 핀테크 기업은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글로벌 금융 기술을 만들어 낸다. 국내는 다르다. 시장이 크다보니 국내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어렵겠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기술 혁신 방향을 국내에서가 아니라 국외 활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규제는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보호 측면을 고려한다. 시장은 기술 혁신을 강조한다. 두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테스트베드를 4월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했다. 이 분야가 발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응이다.

국내 핀테크 발전은 글로벌과 비교해 앞서가고 있는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환경이 많이 다르다. 영국 핀테크 송금기업 트렌스퍼와이즈를 보자. 현재 100만 명의 이용자들이 매월 1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송금한다. 이유가 있다. 기존 은행 송금 수수료가 비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존에 은행 수수료 자체가 없었다. 고객 요구에 수수료가 없는 핀테크 송금 서비스가 맞지 않은 것이다. 국내 핀테크 업체가 어려운 이유다. 기존 피투피(P2P)도 저축은행과 대부업에 있는 고객이 넘어간다. 시중은행 고객은 은행을 그대로 이용한다. 국내 환경과 글로벌 환경이 다른 것이다.

기존 금융권은 '규모의 경쟁'을 벌였다. 핀테크 발전은 '분화의 경쟁'을 일으킨다. 핀테크는 금융권에 축복인가 저주인가.


핀테크도 은행과 경쟁하는 분야가 있고 협업하는 분야가 있다. 보완과 시스템 강화로 보면 핀테크는 협업에 가깝다. 또 자산관리, 피투피 송금을 보면 은행과 경쟁 관계를 형성한다. 다만 핀테크 발전이 기존 금융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냐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을 보면 기존 금융권에 3%도 침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긴장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 시간이 걸린다.

주택담보대출 시장만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래 시 여전히 등기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전자화가 안 돼 있다. 직접 거래를 해야 한다. 주담대 시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시장이 이쪽인데 이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입하기 어렵다. 환경 자체가 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도 아니다. 결국 기존 금융권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소액 대출 부분 등에서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