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등 채권단 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허용 요구로 고심…27일 결론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 사진=뉴스1

금호타이어 매각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로 넘어갈듯 보였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컨소시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진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이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 발표는 이르면 28일이나 29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매각 대상 지분의 33.7%를 보유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32.2%), KB국민은행(9.9%), 한국수출입은행(7.5%)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안건에 금호타이어 채권단 7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채권단 소유 채권비율상 채권단 모두가 해당 안건에 찬성해야 가결요건인 75%를 넘길 수 있다.

지난 1월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금호타이어 매각은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더블스타는 자금 증빙을 제출했고,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은 수차례 인수자금 마련을 자신했다. 금호타이어를 누가 가져가든 채권단으로선 9550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매각 성사를 코 앞에 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금호타이어 운명은 채권단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와 함께 소송에 휩싸일 형편에 놓였다. 이번 논란은 우선매수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에서 불거졌다. 채권단 측과 박 회장 측이 이를 두고 다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주주협의회 서면승인이 있으면 (컨소시엄에) 우선매수권 양도가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반면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이 반드시 이를 승인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석한다.

박 회장은 더블스타가 6개 회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금호아시아나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박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여부에 따른 조건부 허용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금호타이어 매각 사안이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매각 절차에 문제를 삼으며 법정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요구한 컨소시엄 허용이 불허될 경우 법적 대응 수순을 밟은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컨소시엄 허용안이 통과해도 이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허용할 경우 계약 당시 전제가 됐던 조항이 뒤집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안이 부결될 경우되면 소송 전면전이 예상된다.

매각 원점 재검토도 제시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매각 진행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경영능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에 인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8일 산업은행을 찾아 매각작업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 측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 측에 확약서를 발송하기 이전에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건부 허용안 수용을 놓고 매각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더블스타가 매수를 포기하고 물러나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27일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인수전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