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삭감, 노조 구성 둔 입장차 확연…분사 전 임단협 타결가능성 희미해

점입가경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4월 4개 회사로 분할하기 전 이번 주 2016년 임금·단체협약 마지막 교섭을 갖기로 했지만 타결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기본급 삭감과 노조 구성 등을 둔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탓이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 13일 76차 임단협 본교섭 이후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5월부터 상견례를 시작한 이래 13개월째다.

노사 간 갈등골이 깊어진 데는 회사가 사업분할을 결정한 영향이 컸다.

현대중은 지난달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두고 기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비조선 부문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현대로보틱스(로봇) 등을 각 독립법인으로 신설한다.

사측이 ‘회사 쪼개기’에 혈안이 된 이유는 조선업 불황 탓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은 지난 10년 간 현대중공업의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였다. 그러나 최근 2년 새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실적이 급감했고, 조선 부문 역시 물동량 감소로 수주에 애를 먹고 있다. 이 탓에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분할한다면 3조4000억원의 차입금 감소와 2조1000억원의 순차입금 감소가 이뤄진다”며 “부채비율이 줄어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하게 된다면 조선시장 회복 시 최고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중 사업분할에 노조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27일 현대중 노조 관계자는 "분사의 진정한 목적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재벌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재벌 3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것"이라며 "분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측이 임금삭감안까지 밀어붙이면서 노사 임단협이 '루비콘 강'을 건너 돌이킬 수 없는 갈등 국면에 빠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사측은 '고통분담을 위한 기본급 20% 반납'을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며 거부하고 있다.

노조 구성문제도 난관에 봉착했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4개 회사의 유일 노조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분리돼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단일 교섭권을 갖고 4개 회사와 동시에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업 분리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1개 노조가 업종 특성이나 사업 영역이 다른 4개 회사와 교섭하겠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노사 모두 입장이 강경해 4월 이후에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해 5월 시작한 임단협에서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여기에 분사 구조조정 현안까지 겹치며 갈등만 더해지는 모양새다.

현대중이 분할하기 전에 노사가 임단협을 합의해야만 임금과 성과금 지급 등 합의 내용이 모든 조합원에게 적용될 수 있다. 분할 이후에는 법인이 달라 합의 내용을 기존 현대중공업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 부문 조합원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다.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서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사업본부에서 현대건설기계, 로봇사업부에서 현대로보틱스로 각각 분사하는 소속 조합원에게는 합의 내용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모든 조합원에게 똑같이 적용하지 않으면 합의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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