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조정 실패시 P플랜 돌입

2.9조원에 달하는 정부 유동성 지원 여부가 달린 채무재조정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주 초부터 채권자 설득에 나선다. 내달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서 채무재조정이 무산되면 대우조선은 곧바로 법적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발주처가 선박 건조를 취소하고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RG콜·선수금환급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27일 대우조선 사무직 부·차장급 간부 200~300명은 태스크포(TF)구성하고 내부 교육 후, 이들을 전국 각지로 흩어져 채무자 설득에 나선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자금 지원안에서 정부가 29000억원 유동성 지원의 전제로 모든 이해당사자의 자율적 채무조정을 내걸었기 때문이다이른바 조건부 신규자금 지원안이다.

 

대우조선이 법적 구조조정을 피하는 길은 채무조정을 성사시키는 길 뿐이다. 사채권자집회는 다음달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총 5차례 열린다. 채권단은 이 자리서 135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채무재조정안을 의결한다. 회사채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 회사채 만기를 3년 연장하는 안이다. 매 회마다 ​참석 채권자의 채권액이 대우조선 총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하고, 참석 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채무 조정에 동의해야 한다. 단 한 차례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사전회생계획제도(프래패키지 플랜·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선주사가 선박 건조 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RG콜이 우려된다. 조선사 수주에는 RG(선수금환급보증)가 필수다. 조선사는 수주 계약 하면 선주로부터 전체 계약금액 10%가량을 선수금으로 받는다. RG는 조선사가 배를 제때 만들지 못하거나 도중에 파산할 경우에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대우조선 수주 잔량은 110척이다. 이 중 40척에 RG콜이 우려된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RG를 발급한 금융권이 타격을 맞는다. 그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RG 규모를 대폭 줄였다. RG를 함부로 내줬다가 건조 불능이나 조선사 도산의 경우 그 피해를 금융사가 고스란히 입기 때문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24일 기자간담회서 P플랜 돌입 시 발주 취소 가능성을 예상한 바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계약한 선가는 현재 선가에 비해 10~20% 높다.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를 예로 들면, 계약가가 9500만 달러수준이다. 현재 시장가는 7800만 달러다선주 입장에서 시장가보다 비싸게 계약한 터라 소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에 합의하면, 금융권의 신규 RG 발급이 이뤄진다. 23일 정부는 신규 수주에 대한 RG를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적정비율로 분담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 RG발급에 적극적이면, 대우조선 수주전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채무재조정 이후, 대우조선이 흑자 전환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주가 가장 중요하다. 정 사장도 하반기 본격적 수주를 말한 바 있다. 오늘부터 이어지는 채권단 설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이나 해운은 국가리스크가 중요하다. 국제 거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RG 발급에 적극적인 모습은 선주들의 발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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