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펄로 윙·데바사키·양귀비 닭…조리법의 작은 변화가 닭 날개를 최고 흥행 식품으로

쫀득한 맛에 콜라겐이 풍부한 닭 날개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나라마다 유명한 전통 닭날개가 있어 미국은 버펄로 윙(Buffalo wing), 일본은 나고야 명물 데바사키(てばさき), 중국은 상하이의 양귀비 닭(貴妃鷄)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는지. 예전 할머니는 남자가 닭 날개를 먹으면 안 된다며 질색을 했다. 바람피운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할머니의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싶다. 식구는 많고 먹을 것은 부족했던 시절, 살코기는 어른과 남자 아이 몫이었기에 잘 먹지 않는 닭 날개라도 챙겨놓지 않으면 여자는 고기 구경도 못하고 국물만 먹어야 했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옛날 미국 남부에서 백인은 치킨 윙을 먹지 않고 버렸기에 흑인이 가져다 튀긴 것이 프라이드 치킨의 기원이 됐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닭 날개는 육수를 우릴 때만 사용했다. 이런 닭 날개가 지금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식품이 됐을까.


물론 맛의 재발견이 이유다. 하지만 각 나라에서 최고 인기식품으로 변신한데는 사연과 스토리가 있다. 버펄로 윙은 단순하게 기름에 튀긴 치킨 윙과 달리 닭 날개에 소스를 발라 구운 것이 특징으로 1964년 뉴욕 주 버펄로시의 앵커바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들었다. 


식당 주인 아들이 재료가 다 떨어진 한밤중 배고픈 친구를 끌고 오자 할 수 없이 육수를 만들 때나 쓰던 닭 날개에 소스를 발라 구운 것이 히트를 했다고 한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인데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됐을까. 작은 차이가 만든 결과다. 닭 날개를 단순히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스를 발라 구운 것이 앵커 바를 지역 명물 식당으로 만들었고 차별화된 맛과 스토리가 나아이가라 폭포를 통해 세계 곳곳에 퍼지면서 버펄로의 명물이 됐다. 


중국의 닭 날개, 양귀비닭(貴妃鷄)은 양귀비가 즐겨 먹은 음식이라고 소문이 나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1930년대 상하이의 메이롱쩐(梅龍鎭酒家) 음식점에서 개발한 요리로 수탉 날개를 장시간 끓여 부드럽게 만든 후 여기에 생강, 파, 버섯을 넣고 다시 포도주로 은근하게 졸여 만든다. 그런데 왜 닭 날개에 양귀비 닭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주방장이 ‘술 취한 양귀비(貴妃醉酒)’라는 경극을 좋아해 자신이 만든 닭 날개 요리가 마치 경극에 나오는 술 취해 붉어진 양귀비의 발그레한 뺨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지었다. 1930년대 상하이의 메이롱쩐은 문화예술계 인사의 집합 장소였는데 당시 중국 최고의 배우, 매란방의 경극에서 따서 이름을 지어 예술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양귀비 닭이 명성을 얻은 배경이다.


일본 데바사키는 1963년 나고야의 풍래방(風來坊)이라는 곳에서 닭 날개를 기름에 튀긴 후 간장, 양념 술, 마늘 등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만들었다. 처음 나왔을 때는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연한 것이 튀김에 독특한 향미를 불어넣었다고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덕분에 아시아 닭 날개 요리의 전형이 됐다.
 

버펄로와 상하이, 나고야 명물 치킨 윙의 공통점은 잘 먹지 않고 버리던 닭 날개가 최고의 유행식품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인데 비결은 남들처럼 육수를 내거나 단순하게 튀기지 않고 소스를 발라 굽거나 간장에 조렸던 작은 차이가 이런 큰 변화로 이어졌다.
 

일상생활에서도 작게나마 변화를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혹시 예상 밖의 큰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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