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오해는 억울… "올해 흑자전환 못하면 책임지겠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대우조선해양에겐 새 주인이 필요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정부·채권단의 추가지원 발표 후 처음 입을 열었다. 23일​ 기획재정부(장관 유일호)와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해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정성립 사장은 정부로부터 4조2000억원 유동성 지원받은 뒤 불과 1년 반 만에 추가 지원을 받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24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체제로 전환에 대한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23일 정부는 국내 조선시장을 현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회사엔 주인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임직원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결국은 주인 찾아주는 것은 2 체제로의 전환과 맥락이 같다. 2를 염두에 두고 경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저가수주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억울하다. 3사 경쟁 입찰 시에도 (대우조선) 계약가가 가장 높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소난골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소난골 협상 과정은 저희가 기대하는 만큼 빠르지 않지만, 착실하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7월쯤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대우조선은 다시 살아나서 국민께 알찬 회사로 다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법정관리에 가면, 선주는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건조자 채무불이행)를 발동해 건조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소위 말하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로 가게 되면 빌더스 디폴트가 우려된다. 과거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빌더스 디폴트가 한 건도 없었던 이유는 당시 시장 상황 때문이었다. STX조선은 몰락하기 전에 초저가 수주를 했다. 당시 선주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한) 그 가격으로 가져가는 게 가장 이익이었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필요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이 계약한 선가는 지금 선가에 비해서 10~20% 가격이 높은 계약들이 대부분이다. VLCC를 예로 들면, 계약가가 9500만분 수준이다. 현재 시장가는 7800만불이다. 선주 입장에선 시장가보다 비싸게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취소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빅2 체제 재편에 대한 입장은.

 

중국 조선업계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조선 업계 캐파(생산능력)는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빅3 체제보다는 빅2 체제로 가는 게,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2 체제로 가는 과정을 경착륙으로 할 것인지, ‘연착륙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회사 문 닫고 직원 내보내고 빅2 체제로 가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서는 소위말하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2 체제로 가는 게 맞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향후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두고 경영한단 뜻인지.

 

매각을 염두에 두고 경영을 하겠느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2로 가는 걸 염두에 두고 경영한다. 대우조선을 2006년에 떠나서 9년만인 2015년에 다시 돌아왔을 때 대우조선은 예전의 대우조선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회사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인을 찾아주는 것과 빅2 체제하고는 맥락이 같다.

 

조선업황이 하반기에 안 살아날 수도 있다. 흑자 전환 실패하면, 경영진 책임을 져야하지 않나.

 

올해 흑자 전환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은 마련됐다고 본다. 올해 흑자는 수주 건수와 상관없다. 금년 수주가 매출로 연결되는 건 내년이나 내후년이 될 것이다. 올해 흑자는 대우조선이 수주 잔량을 가지고 얼마나 건조해 얼마나 인도하느냐에 달렸다. 아시다시피 수주 잔량 면에서는 대우조선이 아직 세계 1위다. 저희가 다시 한 번 양치는 소년이 됐는진 모르겠지만, 분명 흑자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에 흑자전환 못하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 개인적 희망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을 흑자 전환 시켜놓고 회사를 떠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올해에도 흑자 못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

 

채권단 설득 방안은.

 

정공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출자 전환과 상환유예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회사 노력으로 주식 가치 올려서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하겠다, 3년 이후 상환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도록 모든 자료를 가지고 설득을 할 예정이다. 채권단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금 요청되고 있는 안을 수용해 주십사,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추가 자구 계획은.

 

현재 5.7조 규모의 자구 계획을 마련한 상황이다추가로 2.9조원의 정부 지원 받았기 때문에 자구 계획을 더욱 강화 시켜야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거 진행한 1,2차와 3차에 걸쳐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더 이상 매각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 14개 자회사에 대한 매각과 청산도 거의 진행된 상태다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인적 자구 계획 쪽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노사가 협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24일 성명서를 내고 노사정·채권단으로 이뤄진 4자 협의체구성을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노조라고 생각한다. 노조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측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어려운 상황이니 만큼, 고통 분담이라고 하는 부분은 서로 협조할 자세가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4자 협의체가 될지, 3자 협의체가 , 양자 협의체가 될지, 어떤 형태로든 협의를 통해서 좋은 결론을 내도록 이끌 것이다.

 

앞으로 수주 계획은.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금년도 수주 목표를 총 55억불로 책정했다. 통상적인 수주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점은 9~11월이다. 상선 쪽에서 30~35억불 정도 수주를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높은 선가로 수주를 못하는 상황이 오면, 저가 수주를 하기 보다는 도크를 더 매각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캐파를 줄여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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