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번째 이야기

난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다.  요즘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얼른 대학 생활에 익숙해지고 싶어 학교 정보를 찾아다녔다. 개강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눈에 밟히는 글들이 올라왔다. “친구가 없다”,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혼밥, 독강이 싫다” 등.  


어찌보면 당연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지정된 시간표를 따라 살아 왔다. 이제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표대로 사는 이는 찾기 어렵다. 초중고 시절보다 사람은 더 많으나 접점은 더 적어졌다. 우리는 한순간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차별화된다. 너무나 달라진 환경에서 이전처럼 인간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벌써부터 자퇴나 휴학, 초중고 친구를 그리워하는 게시글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친구가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와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됐다. 초조해졌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오랜동안 괴롭힘을 받던 터라 혼자라는 것에, 혼자라고 남들 눈에 비춰지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항상 기회를 엿보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겨우 몇몇 아이들과 아무 때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그 이후가 고역이었다. 흥미 없는 관심사에 관심 있는 척하고 재미없어도 웃고 때론 농담이랍시고 던져지는 기분 나쁜 언행을 참아야 했다. 갖은 노력이 헛 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혼자구나.”

아이들 사이에서 겉돌았다. 억울했다. 갖은 노력하며 버텼건만, 이런 비참한 꼴이라니. 자괴감이 범람해서 매일 새벽마다 숨죽여 울며 심장소리를 들었다. 항상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었노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괴로웠지만 소속감 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다른 이의 마음에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런 날을 보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둘이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보단 혼자 외로워하겠다.” 결국 방 안에 쌓인 쓰레기더미를 버리는 것처럼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 공부, 식사, 휴식 등 모든 활동을 혼자 했다. 행복했다. 혼자 자신을 위해 사는 방법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책들로 책장을 채우는 것처럼 살아가려는 요즘, 혼자임을 무서워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을 깎아내면서까지 사람을 만나지 말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게 끝나지 않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자. 흔들릴 때가 와도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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