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시장 25% 점유…PBR 동일업종 평균의 2배 넘어

넷마블의 경이적인 매출액 성장세에는 국내 매출의 감소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으나 게임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이미지=김태길

넷마블이 경이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로 국내 매출 감소 탓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국내서 매출 7426억원을 기록해 2015년 7539억원에 비해 역성장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3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넷마블의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이 탓에 국내에서는 더 성장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은 회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성장 기대감이 포함된 희망공모가액이 예비 주주들에게는 부담이다. 넷마블이 이번 상장에서 희망공모가 산정을 위해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84배다. 동일 업종 평균 PBR은 3.76배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코스피 전체를 놓고보면 2100선을 넘어서면서 겨우 PBR 1배 수준을 넘었다. 현재 코스닥 전체 PBR은 1.3배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PBR이 무조건 낮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업종 특성상 성장 기대감이 다른 업종보다 크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국내 모바일 1위 넷마블이 적용한 7.84배도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높다 낮다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성장성이 감소세로 돌아선다면 적정 가치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일단 국내 모바일 시장은 과거에 비해 성장이 정체됐다고 평가 받는다. 여기에는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게임 내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의 과도한 현금 아이템은 유저수 감소는 물론 산업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현금 아이템을 팔지 않을 경우, 게임사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적절한 선이 관건이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온라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도 성장의 한계로 부각된다. 흥행작이 빠르게 바뀌면서 현금결제 메리트기 줄어들고 있어서다. RPG게임은 장기간 흥행이 이어지면 게임 내 아이템 거래가 유지되고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측면이 있다. 리니지 등 기존 PC온라인 게임의 성공 요소중 하나다. 게임 수명이 짧아지면 현금 아이템을 되팔 게이머가 없어진다. 더구나 모바일 게임에서는 아이템 거래도 제한된다. 최근 흥행중인 리니지2 레볼루션만 봐도 아이템 거래는 사실상 막혀 있고 구글플레이 계정을 통째로 거래하는 방식 정도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은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다고 과도하게 메리트가 큰 아이템을 팔아버리면 무과금 유저가 떠나버리는 문제가 생기고 게임이 침체된다"며 "유저수 감소는 최소화하면서 결제액은 늘려 매출액을 극대화 하는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게 게임회사들의 능력이지만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성장성 상실시 가치평과 거품 우려…해외시장 성장 필요

 

게임 업체의 경이적인 매출액 성장성은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다. 바꿔 말하면 성장성을 잃어버린 회사는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근거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넷마블은 국내 시장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해외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지금 받는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넷마블의 성공 방식이 해외에서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넷마블 스스로도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다. 넷마블은 사업위험으로 모바일게임시장 경쟁심화와 게임이용자 이탈 위험 등과 함께 해외 사업의 불확실성을 들고 있다. 넷마블 스스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운영 경험과 문화적 갈등 요소 등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한국과 북미, 유럽 시장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국내에서 매출 순위 상위를 차지하는 형태의 게임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을 견인했던 효자 게임들도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구글 게임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들어 있는 게임은 RPG(역할수행게임)가 핵심이다. 지금도 구글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2레볼루션을 포함해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이 모두 여기 포함된다. 그러나 북미에서 넷마블의 주요 게임은 쿠키잼이나 판다팝, 쥬스잼 등 캐쥬얼 게임이다.예외적으로 마블퓨처파이트처럼 해외 유명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IP 활용에 대한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자체 캐릭터로 개발된 세븐나이츠나 모두의 마블, 레이븐 등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진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시장이나 중국에서는 과시욕을 채우는 경향이 높아 현금 아이템을 사서라도 승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며 "중국과 일부 아시아 시장은 국내 유저와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는 게임을 하는 경험 자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높아 국내 흥행게임들이 힘을 못 쓰는 편"라고 말했다.

 

국내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북미 시장에서는 국내 게임의 흥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흥행작은 북미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구글 게임 매출 순위 / 표=앱애니(www.appannie.com)

국내 게임이 북미를 포함한 전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이례적으로 성공했으나 이 게임은 국내 게임들과 달리 북미 게이머들이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포인트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컴투스도 이 정도로 흥행한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컴투스의 PBR은 1.71배, PSR은 2.19배로 넷마블이 희망공모가에 산정을 위해 적용한 PBR은 7.84배, PSR은 8.51배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제 수명이 다했다고 평가받던 모두의 마블의 매출액을 회생시키고 세븐나이츠를 장기간 매출 순위 상위에 올려 놓고 있는 회사인 만큼 국내에 한해서는 매출액 급감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넷마블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처럼 성공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이라고 말했다.

 

◇구세주가 필요한 넷마블…해외 스튜디오 공격적 인수

 

넷마블이 상장전 해외 개발사 인수에 나선 것도 바로 성장성의 유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의 성장성 없이는 현재 희망 공모가를 받기 쉽지 않아서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말 인수하기로 한 카밤 벤쿠버스튜디오가 있다. 넷마블은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이후 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해외 개발사 인수 행보를 보였다. 

 

넷마블 지역별 매출 TOP5 게임 / 표=넷마블 증권신고서

카밤 벤쿠버 스튜디오 인수도 넷마블의 구세주가 될지는 미지수다. 카밤이 제작한 게임의 흥행 성공률이 높지 않아서다. 그나마 넷마블이 인수한 벤쿠버스튜디오가 2014년에 출시한  '마블 올스타배틀'(MARVEL Contest of Chapions) 만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밤은 기업공개(IPO)를 계획했지만 이후 흥행작을 내는 데 실패하며 상장을 포기했다. 벤쿠버스튜디오를 넷마블에 매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넷마블이 카밤벤쿠버스튜디오 인수를 위해 동원한 자금은 약 8억달러(약 9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매월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며 소위 현질(현금결제) 유도시 유저들의 이탈을 최소화시키는 상한선을 파악하고 있다"며 "넷마블은 모바일게임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의 회사인 만큼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겠지만 이 방식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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