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5600억원 손실화 우려…대출금리 인상 등 고객에 부담 전가 가능성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이 또다시 투입된다.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여신 7000억원 중 80%인 5600억원을 출자전환 한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대우조선 여신 7000억원 중 80%인 5600억원을 출자전환하게 되면서 그 부담이 은행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가 단기간 내에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은행마다 출자전환을 하게 될 경우 떠 안게 되는 손실 부담이 적지 않다. 은행권이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객 대출 이자나 수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정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총 2조9000억원 규모로 출자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전액을 출자전환 한다. 시중은행도 대우조선 여신 7000억원 중 80%인 5600억원을 출자전환 해야 한다. 

 

정부는 은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자전환을 한 시중은행과 채권단이 필요하면 대우조선 주식을 원활하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주식거래 재개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하고 있는 외부감사에서 대우조선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낼 경우 정부가 말하는 하반기 주식 거래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자전환한 주식이 거래정지에 묶이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될 경우 은행권은 이번에 맡은 출자전환 부분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 안아야 한다. 

 

이에 충당금 부담으로 은행권으로서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화 방안에 따른 채무조정을 추진할 경우 산은은 6600억원, 수은은 4000억원, 시중은행은 6400억원 등 총 1조7000억원의 충당금 추가적립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은행 건전성(BIS비율)은 산은 0.3%, 수은이 1.1%, 시중은행도 0.01%∼0.24%까지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마다 지난 2015년 10월에 정부가 발표한 정상화 방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줄였고 선제적으로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상태지만 은행권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이 발생한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며 "언제든 최악의 상황에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은행이 부담하는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작아지면 그만큼 은행은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지금 대우조선해양을 보면 회수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마다 수익이 나는 비용을 빼서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은행에선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또 은행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자수익이 나는 카드 수수료 인상, 대출 금리 인상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27일 발표한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세다. 1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3.51%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39%로 전달보다 0.1%포인트나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16%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결국 은행들이 대우조선 손실에 대비해 대출 이자와 수수료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대책에서 은행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 안대로 가게 되면 은행은 건전성과 수익성이 일부 떨어진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나, 수수료 인상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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