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주요 27개국 대비 절상률 1위…수출 기업 환차손, 외국인 투자자 유출 우려

사진=뉴스1

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새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할 수 있었던 데는 수출 기업의 이익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수출 기업 이익이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가 ‘바이 코리아(Buy Korea)’ 덕을 톡톡히 보면서 상승 분위기를 내고 있다. 코스피는 23일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장중 218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3월 한 달 동안에만 3.2% 상승했는데 외국인 투자자가 이번 달만 7조53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수는 어느덧 2200선을 바라보게 되면서 사상 최고치인 2231.47포인트 경신 기대감도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성장 기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수출 대기업에 대한 외국인 매수 유입이 두드러진다. 수출 상장사 이익을 뒷받침하는 국내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하락이 코스피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수출해서 벌어온 이익은 원화로 환전될 때 축소된다.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 자금 규모가 줄어 들 가능성이 있다. 차후 환율이 오르게 되면 주식 수익률보다 환차손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8일 달러당 1211.93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달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22.37을 기록하면서 3달새 7.3%가 빠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원화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27개국 대비 절상률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는 미국 기준 금리 점진적 인상에 따른 안도감과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 등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전달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환율 하락이 코스피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내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환율 하락에 따라 수입원재료 비용이 감소하고 외화부채에 대한 지급이자가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원화환율 하락으로 외화환산이익을 누릴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유출입도 환율보다는 주가 상승에 기대는 측면도 존재한다. 또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기대되면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늘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 속도와 원·달러 환율 추이를 유심히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국내 수출 상장사의 이익이 환율 영향에 얼마나 노출 됐는 지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환율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도 주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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