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인 높은 성장세는 부각…변동성 큰 위험성은 과소평가

넷마블 상장을 두고 적정가 판단이 엇갈리는 이유는 게임회사라는 특성에서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는 히트작 하나가 나오면 매출액이 10배 성장하는 일이 다반사인 곳이다. 바꿔 말하면 매출액이 잘 나오는 게임이라도 경쟁사가 대체작을 내놓으면언제라도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매출액이 장기간 안정된 게임이 아니라면 향후 수년간의 매출액을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추정이 맞을 확률도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넷마블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모바일 게임은 과거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게임의 수명이 짧아 안정을 확인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실제로는 단기간 흥행후 사라진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게임 매출은 출시 후 초기에 급격히 상승하다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하향 안정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물론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게임은 이 과정 없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성공한 게임들이 보이는 흐름이 이렇다. 이 때문에 넷마블도 매출액 추정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추정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발표돼 현재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2레볼루션만 봐도 이 흐름은 확인된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개발된 리니지2레볼루션은 지난해 12월 발표후 일매출 7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하루평균 3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시후 급격한 매출액 증가후 소폭 감소후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 추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예상할 수 없다. 벌써부터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과도한 현금 결제와 게임내 밸런스 붕괴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매출액 변동성 심한 게임 업종…실적 추정 불확실성 부담


게임별 수명이 짧고 매출액 변동성이 크다는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들이 선택한 방법은 게임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넷마블도 현재까지는 이 방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퍼즐·보드 게임이 크게 성공했다면 매출이 유지되는 동안 유저가 겹치지 않는 RPG 게임을 출시해 캐쉬카우를 늘린다. 더구나 여기에 해외 진출까지 성과를 내면 매출 출처가 다변화되면서 매출액의 안정감이 높아진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출액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능력이 있는 몇 안되는 회사로 꼽힌다"며 "게임 종류별 분산화된 포트폴리오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구글플레이 순위 10위권 내에 포진한 넷마블 게임은 리니지2레볼루션,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등 세 작품이다. 세븐나이츠와 리니지2레볼루션이 같은 RPG 장르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턴제 RPG와 MMORPG(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 라는 점에서 다른 장르로 봐야 한다.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액 1조5061억원 가운데 턴제 RPG가 45.35%, 캐주얼게임이 39.87%, MMORPG 10.69%, 슈팅-스포츠 등 기타 4.09%로 게임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다. 단일게임으로는 흥행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세븐나이츠가 3525억원의 매출을 거둬 가장 많았다.

◇넷마블 매출 구성·성장세 경이적…산업 위험성은 과소평가

매출액의 구성이나 성장세만 놓고 보면 상장 시점인 현재 넷마블은 경이적인 수준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상장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희망공모가액 관점으로 돌아가면 부담이 남는다. 폭발적인 성장세의 장점은 부각된 반면 산업의 위험성은 과소평가한 것으로 풀이되서다.

매출액이 생각한 대로 캐쉬카우가 분산되지 않는다는 점은 모바일 게임 회사들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한 작품이 성공했지만 다른 작품으로 한번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런 회사들을 지칭해 원히트원더(one heat wonder)로 표현하는데 문제는 상장 모바일 게임사 대부분이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머너즈워가 해외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컴투스가 이미 상장돼 있다. 서머너즈워 외에도 컴투스프로야구 시리즈나 원더택틱스, 낚시의 신 등 이름을 알만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다. 그러나 구글 게임 매출 순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임은 서머너즈워 뿐이다. 컴투스프로야구는 29위에 겨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임 업계관계자는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구글플레이 순위에서 1위는 워낙 편차가 커서 예상하기 어렵지만 월매출 150억원 이상으로 보고 10위권 게임은 월매출 30억원 이상, 20위권 이상은 10억원 이상, 30위권을 넘어서면 월매출 10억원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고 본다"며 "몇단계 순위 차이에 매출액 수준이 수십배 차이가 날 수 있을 만큼 소수의 성공한 게임만 성공하는 시장인데 개발비나 채널링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30위권 이상 올라서지 못할 경우 회사를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 모바일 게임사 가치평가지표에 디스카운트…엔씨소프트만 선정

이번 상장에서 넷마블은 기존에 상장했던 모바일 게임사들을 비교대상 회사로 선정하지 않았다. 구글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장 모바일게임사 가운데 컴투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1배, 주가매출액비율(PSR)은 2.19배다. 구글 매출 순위 9위에 뮤오리진을 올려놓고 있는 웹젠은 PBR1.96배, PSR 2.40배다. 모바일 게임의 주가는 성공 가능성 만큼이나 실패 위험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넷마블이 희망공모가에 산정을 위해 적용한 PBR은 7.84배, PSR은 8.51배다. 비교 대상 회사 중에서 가장 상대가치비율이 낮은 엔씨소프트도 PBR은 3.36배, PSR은 6.26배다.

넷마블은 비교대상회사로 국내 회사 중에서는 엔씨소프트만 선정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 게임, 그중에서도 RPG 게임인 리니지 매출이 절대적인 회사다. 리니지는 국내 게임 가운데 가장 길게 높은 매출액을 유지한 게임이다. 더구나 이런 대형 온라인 RPG 게임은 개발비가 많이 들어 모바일 게임에 비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해 장기간 캐쉬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

넷마블의 주력 사업분야는 경쟁이 심한 모바일 게임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다른 분야의 회사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셈이다. 쉽게 말해 같은 전자제품 제조 업종이라는 이유로 제품 수명주기가 짧고 경쟁이 심한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상대적으로 수명주기가 긴 가정용 가전제품 회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의 비교대상 회사 선정에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 30% 이상, 자산총계가 넷마블의 50% 이상인 회사로 기준을 제한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는 포함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확하게 비교할 만한 회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나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사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짧은 게임수명과 과도한 경쟁의 위험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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