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구조조정은 경쟁력 회복 아닌 사실상 악화시키는 일”

23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으로 회사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23일 정부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2조9000억원 추가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이 채무재조정에 합의하지 않을 시, 법적 구조조정 일환인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우조선 최종 목표를 연착륙 후 인수합병(M&A)’로 잡았다. 이동걸 KDB 산업은행은 M&A를 통해 기존 조선사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2’ 체제로의 전환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넘기겠단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새 주인은 다이어트 끝난 대우조선을 원하지, 정부에서 감량시키다 만 걸 가지려고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M&A 가도에 올라타려면 몸집 줄이기는 필수로 여겨진다.

 

현재 대우조선 복잡다단한 기로에 섰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 교수에게 대우조선과 국내 조선 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정부는 자율적 채무조정 합의가 무산되면, 법적 구조조정인 사전회생계획제도(프래패키지 플랜·P플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이 채무재조정에 동참하지 않아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게 된다면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P플랜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대우조선은 부도 처리 되는 것이다. 법적 구조조정까지 들어가고 나면, 그런 회사를 살리려고 정부가 다시 자금 지원을 하진 않을 것 아닌가. 애초 그런 상황(P플랜 추진)을 방지하는 것이 맞다. 사실 2000년대 조선업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할 때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때 손 놓고 있다가 지금 닥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이 아쉽다. 채무조정 합의가 안 된다고 P플랜 추진 하면, 이는 현재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정부 발표의 명분과 타당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23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M&A시 현재 국내 조선사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체제를 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통매각 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인수주체로 불리는 조선사들의 사업 확장 여력이 없다고 보는데 어떤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다. 이들 두 개 회사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고 대우조선 인수 비용도 부담이기 때문에 아마 당장은 (인수가) 어려울 것이다. 만약 빅2 체제가 되어도, 대우조선 기존 사이즈를 유지한다고 하면 캐파(생산능력)’가 유지 되니까 경쟁력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자구안 이행 등으로 분명 다운사이징(Downsizing)될 것이다. 설비와 인력 등 전체적인 캐파가 줄어들 것이다.

 

잘린 인력이 해외로 나가면,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 이게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인력 유출이 계속되게 되면) 문제가 된다. 숙련공들이 개인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거에 대해서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눈독을 들일 것이다. 과거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기차에 넘어갔다가 핵심 기술만 빼앗기고 매각된 것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정부는 상선·특수선 등 수주는 계속 활성화시키고, 해양플랜트는 현재 있는 수주 잔량만 해결하고 점차 정리하겠다고 시사했다. 게다가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일종인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어진 이후를 전망해본다면….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기술력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력이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각 회사마다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기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 운영 시스템이라던지, 제조 접근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우조선이 이후 정리할) 해양플랜트 사업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합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그와 관련된 설비와 인력도 함께 잃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과 동시에 대우조선이 5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해야한다고 했다. ‘다운사이징에 대해 우려되는 점은 무엇이고, 이러한 대대적 구조조정이 향후 조선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불필요한 자산은 줄여야겠지만 지나친 인적·물적 구조조정은 오히려 향후 산업 전망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다.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구조조정은 대우조선 경쟁력을 회복하고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사실상 악화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가면 안 된다. 지금 과도한 구조조정 하다가, 이후 업황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인력이 없네, 설비가 부족 하네불평하게 될 것이다. 이건 회사뿐 아니라 조선업이 밀집된 지역 사회에도 큰 타격을 준다.

 

조선업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그런데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중국 정부는 대놓고 중국 조선소를 지원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어느정도 볼륨을 갖춰야 하는 산업이다. 이를 우리 스스로 죽인다고 하면, 어부지리로 외국 조선사들 배만 불리는 꼴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선산업은 결국 살아남는 곳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나친 크기 줄이기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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