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거래 확대로 직원수는 줄고 지점 통폐합으로 방문 고객은 늘어…점심시간에는 대기번호 100번 넘기도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이 은행 직원 줄이기, 지점 통폐합 등 은행 슬림화 작업으로 이전보다 업무량이 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시중은행들이 빠르게 영업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 수를 줄이면서 늘어난 업무 부담에 남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통폐합으로​ 남은 지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데다 비대면 거래가 불편한 고객들이 점심 시간에 더 몰리고 디지털 뱅크 확대로 인한 영업 실적 압박 등이 커지며 업무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최근 4년간 540개 점포를 닫았다. 점포 통폐합을 통해 지점 수를 줄인 것이다.

지점을 줄이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엔 225곳의 은행 지점이 통폐합됐다. 올해는 300 정도의 지점이 추가로 통폐합될 예정이다.

은행 직원들은 점포가 줄면서 고객들이 한 지점에 몰리는 '쏠림현상'이 커졌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 수도 줄면서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 수까지 줄어 고객들이 점심시간에 창구 앞에 몰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대기 번호가 100번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하던 업무는 그대로 가져가고 디지털뱅크 확대로 인한 영업까지 더해졌다"며 "은행 상품도 갈수록 많아지고 실적까지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공부해야 하는 양도 갈수록 많아진다. 과도한 업무량에 지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직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5대 은행 일반직원은 8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2000여명이 줄었다. 5년 동안에는 7000여명이 은행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시중은행 중 직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2015년 2만300명에서 2016년 1만9900명으로 400명을 줄였다. 특히 지난해 에는 27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 올해 직원수는 더 줄어든 상태다.

하나은행도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합병하는 등 조직 구조조정으로 임직원수가 같은 기간 1144명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1만5200명에서 1만4900명으로 300명 줄었다. 다만 신한은행은 직원 감소 규모가 작았다. 1만4100명으로 전년과 유사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더 많은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초저금리로 은행 영업환경이 나빠졌고 비대면 거래 확대로 창구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은행에 퍼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보다 일이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핀테크 등 비대면 거래를 확대한다는 소식은 은행원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 그만큼 자리 위협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희망퇴직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도 이런 위기감과 업무량 과다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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