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명의위장 관련 고시 변경…명의대여 신고시 포상금 지급키로

#서울에 사는 이미나(가명‧32)씨는 사업자등록을 위해 명의를 빌려달라는 남자친구의 부탁을 받고 흔쾌히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 얼마 후 남자친구인 A씨는 이 씨의 이름으로 관할세무서인 마포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공덕오거리 인근에 치킨집을 열었다. 잘되던 사업은 3년이 지나자 인근 지역에 경쟁업체들이 들어서면서 수익성은 점점 악화됐고 결국 폐업했다. 그 사이 이 씨도 A씨와 만남을 정리했다. 얼마 후 마포세무서는 부가가치세 등이 기입된 8000여만원의 세금 고지서를 이 씨에게 발송했다. 이 씨는 “자신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줘 세금을 덤터기 쓰는 피해를 막기 위해 ‘명의위장 사업자’ 신고 포상금제도가 확대‧운영된다.

21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빌려간 실제 사업자가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은 명의대여자에게 우선적으로 세금을 고지한다.

이후 거래내용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명의를 빌려간 자가 실제 사업을 운영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명의대여자는 고지된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자신이 실제사업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세무서에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문성환 회계사는 “명의를 빌려준 사업이 추후 폐업하면 실제사업자는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 운영과정에서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발행 시 명의대여자 이름으로 대표자가 기입된 경우도 많다. 체납된 세금 때문에 명의대여자의 재산이 압류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씨의 경우처럼 헤어진 남자친구가 직접  실제 운영자임을 밝히지 않거나 이 씨가 명의대여자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고지된 8000여만원의 세금은 고스란히 명의대여자인 이 씨가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고지된 세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예금,부동산 등의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세청은 20일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사업을 경영하는 자를 신고한 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절차 고시'에 '명의위장 사업자'에 대한 정의를 확대해 발표했다.

기존에는 명의위장 사업자를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사업을 경영하는 자'로 규정했지만 개정된 고시에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타인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자'로 확대했다.

A씨의 경우처럼 실제 사업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면, 제3자도 명의위장 내용을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타인의 명의를 사용해 사업을 경영하는 것을 입증하면 1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 경우 계약서나 자료, 장부, 계좌, 영수증 등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다만 기존처럼 명의를 빌려간 자가 실제 사업운영자임을 밝히지 못하면 명의대여자에게 세금이 고지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변경된 고시 이후에도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세금이 부과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현재 차명계좌 신고, 체납자 은닉재산 신고,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신고, 탈세 제보, 전문직 등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 명의위장 사업자 신고,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행위 신고, 부조리 신고 등 8개의 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임환수 국세청장/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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