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해운 얼라이언스, 불어난 몸집으로 운임 가격 결정권한 강해질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롱비치터미널(TTI)에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월 1일부터 글로벌 해운 동맹 삼각구도가 펼쳐진다. 기존 4개 해운 얼라이언스(2M·O3·G6·CKYHE)가 선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3개(2M·오션·디 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선두 선사 간 경쟁 격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업계 전망은 두 갈래로 나뉜다. 3개 체제로 압축된 얼라이언스가 운임 상승을 이끌 것이란 기대와, 이 가운데서 2M(머스크·MSC)과 전략적 협력(2M+H)을 맺은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 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해운동맹은 5년 주기로 해운사 간 이해관계에 따라 재편된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선사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 2M과 3년간 조건부 협력을 약속했다. 세계 3·4위 선사인 CMA CGM과 코스코, 에버그린 OOCL은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하팍로이드·NYK·MOL·케이라인·양밍 등이 가입했다. 지난달 17일 파산한 한진해운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했으나, 지난해 9월 법정관리를 받으며 회원사서 탈락했다.  


이들 3개 얼라이언스는 90%가 넘는 글로벌 주요 항로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바닷길을 3개 얼라이언스가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해운업계는 2M과 오션 얼라이언스가 2강(强) 체제를 이루고, 디 얼라이언스가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는 한때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빠지며 약화됐다.  


업계에서는 세계 10위권 선사들이 뭉친 대형 얼라이언스가 해운시장을 과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대 얼라이언스가 해운시장을 틀어쥐게 되는 것이다. 이런 힘을 토대로 3대 얼라이언스가 운임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저운임에 허덕이는 해운사들에겐 낭보가 될 수 있다. 지난 17일 기준 컨테이너 운임(SCFI)은 747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3월 18일 기준 400포인트)보다는 올랐지만, 여전히 1000포인트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 파산과 3개 해운 얼라이언스 체제 개편으로) 과점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선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기존에는 운임 결정을 수요(화주) 쪽에서 했다면, 해운 얼라이언스와 대형 글로벌 선사가 해운 시장을 과점하게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가격 결정권이 공급(선사) 쪽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사가 운임 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아무래도 선사에게 유리한 ‘운임 상승’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에서 열린 '2M 얼라이언스 협정체결' 기자간담회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운임은 오를지라도 국내 상선 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며 국내 1위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2M과 3년 전략적 협력을 맺었지만, 이 역시 현대상선의 성장에 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선사 간 가장 긴밀한 동맹 형태는 ‘선복공유(Vessel Sharing)’다. 머스크와 MSC는 서로 선복교환(Slot Exchanging)과 선복공유(Vessel Sharing)로 묶여있지만, 현대상선은 이들과  선복매입(Slot Purchasing)과 선복교환(Slot Exchanging)으로 묶여있다. ‘선복공유’가 빠진 탓에 2M+H는 반쪽 동맹이라 불린다.     

 

김광희 동명대 해운경영학과 교수는 “선대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이 2M 사이에 끼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현대상선이 현재 동남아 선사들과도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2M이 (현대상선이 맺은 전략적 제휴로) 동남아 항로를 확보하는 데 있어 현대상선이 역할을 할 순 있겠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에는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현대상선은 일단 2M+H가 끝나는 3년 후인 2020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얼라이언스 가입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3년 후인 2020년에도 대형 얼라이언스 가입이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코스코가 홍콩 선사 OOCL을 인수하면 단숨에 글로벌 3위 선사로 올라선다. 대형 M&A로 비대해져가는 대형 선사들이 3년 후에 현대상선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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